보험 가입부터 신사업 연계 설루션까지, 보수적 보험업계 흔드는 AI 바람

▲ 보험사들이 단순 상담 챗봇을 넘어 맞춤형 상품 지원, 신사업인 시니어 사업 접목 등 AI 활용을 늘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을 단순 상담용 챗봇을 넘어 암 진단 심사, 맞춤형 상품, 미래 신사업 설루션까지 접목하며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규제산업 특성상 기술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보험업계가 시장 변화와 당국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 차원에서 보험사들의 신기술 활용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일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많은 보험사들이 업황 악화를 타개하고자 헬스케어 사업 연계, AI 신기술 등을 활용한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도 이런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안정적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업 특성과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에 따라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AI 활용이 늘어나는 사회 전반 흐름과 당국의 적극적 지원 등에 힘입어 AI 활용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업무에 비교적 쉽게 접목할 수 있는 상담 AI챗봇은 물론이고 보험금 심사 전반에도 AI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8월 암 진단 및 심사에 AI를 도입했다. AI의료심사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서, 검사결과지, 수술기록지 등 다양한 의료문서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삼성화재는 이를 통해 기존 수기 검토 과정을 대폭 단축하고 심사 결과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I는 보험금 심사 과정의 속도와 신뢰성을 높이는 데 이어 상품 설계와 판매 단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2일 인공지능 기술을 전면 활용한 ‘니드(Need) AI 암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고객을 대상으로 △암 특화 AI 채팅 △참여형 건강 콘텐츠 △건강검진 정보 연동 및 분석 등을 제공한다.

또 암 진단 고객의 담당 의사를 대상으로는 △의료진 전용 AI 정보 제공 플랫폼을 통해 치료 계획 수립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험 가입부터 신사업 연계 설루션까지, 보수적 보험업계 흔드는 AI 바람

▲ 교보생명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3종을 정식 오픈했다. <교보생명>


교보생명도 4일 재무설계사(FP), 임직원 등 회사 구성원이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활용 서비스 3종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설계사들이 AI로 고객의 보장 현황을 분석해 부족한 보장 관련 대안을 제시하는 등 상담을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은 4년째 ‘사내벤처’ 형태로 AI 등 신기술을 접목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엔 △AI 기술 등을 활용하여 복잡하고 어려운 상속 및 증여 관련 절차를 자동화하는 ‘셀프 상속 및 증여 종합 서비스’ △AI 기술을 기반으로 시니어의 보행 분석을 통해 넘어짐이나 낙상을 예방하는 ‘시니어 보행분석 설루션’ 등 다양한 보험업 연계 솔루션들이 제안됐다.

개별 서비스 차원을 넘어 학계와 손잡고 AI 기술을 체계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도 나타난다.

현대해상은 8월 카이스트(KAIST)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험산업 혁신 및 지속 가능한 산학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업으로 현대해상과 카이스트는 보험 특화 AI 기술 공동 연구·개발 및 실무 적용, 보험-AI 융합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보험사들의 AI 활용은 단순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생존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변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 지원과 보험사들의 시도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산업 내 생성형 AI 활용’ 보고서에서 “보험사는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리스크와 필요에 맞춘 상품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