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교’ 역할로 주목받는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EPC(설계·시공·조달)사가 우위를 점한 동남아시아에서 LNG 액화 플랜트 기본설계(FEED)를 따내며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E&A 'LNG 액화플랜트' 도전, 남궁홍 일본 강세 동남아서 정면승부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LNG 플랜트 사업 확대에 나선다.


12일 삼성E&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친환경 LNG 플랜트 FEED 수주를 토대로 LNG 플랜트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E&A는 최근 360억 원 규모 ‘인펙스 아바디 온쇼어(INPEX Aabadi Onshore) LNG 프로젝트 FEED를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는 전세계에서 오랫동안 여러 LNG 플랜트를 시공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는 고난도의 LNG 액화처리 기술이 요구돼 삼성E&A로서는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LNG는 실제 이용을 위해 기화하는 것보다 운송과 저장을 위한 액화 과정에 극저온 처리와 안전관리, 에너지효율화 측면에서 훨씬 더 까다로운 기술을 요구한다.

대우건설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LNG 액화 플랜트 공사를 원청으로 수주한 것도 2019년에서야 이룬 일이다. 삼성E&A도 2022년 미국 텍사스 LNG 액화 플랜트 FEED 등 이전 단계를 수행했지만 미국 키위트(Kiewit)에 밀려 최종 EPC 계약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런 만큼 남궁 사장이 인펙스 아바디 온쇼어 프로젝트의 EPC 계약을 따낸다면 회사 차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업계 전체의 해외사업 측면에서 의미가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인펙스 아바디 온쇼어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말루쿠 주 사움라키의 아바디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화처리 후 LNG 연간 950만 톤과 일일 3.5만 배럴의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번에 수주한 FEED는 사업비는 작지만 본 EPC로 연계됐을 때 그 규모가 커 의미가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로젝트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7조7980억 원) 가량이다.
 
발주처인 일본 최대 에너지 기업 인펙스(INPEX)는 2027년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E&A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한국 건설사가 화공 플랜트 EPC의 정점인 LNG 수출 터미널에 참여한다”며 “본 EPC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며 확장 가능성이 높은 LNG 터미널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가 큰 수익원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E&A는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도전을 이어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LNG는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기 이전 ‘가교’로 주목받고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인펙스 아바디 온쇼어 프로젝트에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CCS)까지 포함돼 있어 삼성E&A의 미래 에너지 솔루션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E&A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브릿지(가교) 에너지로 각광받는 LNG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CCS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확보했다”며 “성공적으로 FEED를 수행해 EPC 연계 수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발주처 인펙스(INPEX)가 두 개 컨소시엄에 FEED를 맡기는 경쟁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변수로 여겨진다.

삼성E&A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일 상대 컨소시엄의 면모도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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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E&A 참여 컨소시엄이 FEED 계약을 따낸 인펙스 아바디 온쇼어 프로젝트 위치. < 삼성E&A >

맞상대는 프랑스계 테크닙(Technip)과 일본 JGC 컨소시엄으로 둘 모두 글로벌 역량을 쌓은 주요 EPC사다. 특히 주간사(Lead contractor) JGC는 발주처 INPEX와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 EPC사의 신뢰도도 높다.

삼성E&A는 미국 EPC사 KBR 및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 아디 까르야(Adhi Karya)와 손을 잡았다.

주간사 KBR은 LNG 액화 등 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은 글로벌 주요 EPC사인 만큼 기술력에서 강점을 지녔다. 아디 까르야는 GS건설 및 한국수자원공사 등 국내 기관과 협력한 경험을 지닌 곳으로 현지 네트워크 활용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에 이번 수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궁 사장은 취임 뒤 줄곧 에너지전환과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 도약을 강조해 왔다. 특히 LNG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가교 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 만큼 시장 선점은 삼성E&A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남궁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 수주 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20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한 실적과 모듈화·자동화 등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집중, FEED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EPC를 체결하고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