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호성 전 비서관이 법정에서 기존 입장을 돌연 뒤집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 전 비서관은 그동안 검찰수사에서 정보유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해 왔는데 변호인을 새로 교체하면서 진술을 갑자기 바꿨다. 새 변호인은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혐의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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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
국민의당은 30일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부인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며 “가당찮은 왜곡시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태블릿PC의 입수경위 의혹제기는 최순실이 10월 말 귀국 직전 독일에서 조작으로 몰고가라고 지시한 이래 박 대통령 측에서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이미 들통난 한물간 계략”이라고 꼬집었다.
장 대변인은 “박 대통령 측이 태블릿PC에 매달리는 이유는 불법적인 증거라고 주장해 그 속에 있던 파일의 증거능력에 흠집을 내기 위한 소송전략으로 보인다”며 “그 전략은 김기춘씨와 우병우씨의 계략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19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29일 2차 기일에서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대통령과 공모혐의를 부인했다.
2차 기일 하루 전에 새로 선임된 차기환 변호사는 “JTBC가 보도한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최씨의 것이 맞는지 정 전 비서관이 이를 통해 문건을 유출한 게 맞는지 법원이 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문건 유출혐의도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재판 하루 전에 교체돼 기록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태블릿PC만 문제 삼는다”며 “이게 정호성의 재판정이냐, 대통령의 재판정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이 정 전 비서관 재판정에 나와 오히려 대통령을 변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차 변호사는 2014년 12월 세월호 특조위 조사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트위터에 “세월호 일부 유족들의 너무 지나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반발해 사퇴했다.
박 대통령도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탄핵심판 대리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 관계가 너무나 틀리거나 내가 모르는 의혹들까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있을 탄핵심판에서 범죄사실과 의도를 전면 부인하며 끝까지 버틴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통령은 헌재가 여론의 압박을 받아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법리싸움에 불리하지 않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