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IPO에 앞서 무신사스탠다드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외부 투자를 받아 성장한 전형적인 스타트업이다. 기존 투자자들의 회수 압박을 안고 있는 만큼 상장은 해답이자 필수 과제다. 상장 전까지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지금, 무신사스탠다드는 단기적 수익보다 ‘몸값’을 키우는 전략의 핵심 카드로 쓰이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만호 대표가 상장을 앞두고 무신사스탠다드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스탠다드와 무신사뷰티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단연 무신사스탠다드다. 무신사스탠다드가 포함된 제품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29.3%, 지난해 27.2%, 2023년 26.2%, 2022년 25.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호 대표가 무신사스탠다드를 ‘한국형 유니클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클로를 장기적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유니클로도 낮은 가격대를 고수하고 있는 탓에 제품당 마진율은 높지 않다. 다만 막대한 매출로 이를 상쇄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 조 대표 역시 단기 수익보다 장기 브랜드 가치에 무게를 두고 유사한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를 키우는 차원을 넘어, 상장을 앞두고 장기 비전을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확대, 다양한 기획 제품 출시, 대규모 마케팅 등도 모두 이러한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 2023년 말 기준 5개에 불과하던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 25개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방송인 추성훈씨를 무신사스탠다드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스탠다드가 향후 무신사 플랫폼의 ‘대체 불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꾸준히 출시되고 사라진다. 향후 무신사보다 더 빠르고 트렌디한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무신사가 만든 브랜드 자체가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객들이 단순히 플랫폼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무신사스탠다드를 찾아 무신사를 이용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스탠다드 제품은 가격 대비 품질이 워낙 뛰어나 업계에서도 감탄할 정도”라며 “통상 플랫폼 내 의류 원가는 정가의 20~30% 수준이지만 무신사스탠다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인 추성훈씨가 무신사스탠다드의 '쿨탠다드' 모델로 발탁됐다. <무신사>
물론 수익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현재 무신사스탠다드의 영업이익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외부 입점 브랜드에 비해 마진율이 다소 낮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무신사의의 대표 입점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커버낫’은 무신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이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무신사스탠다드는 원가율이 높은 탓에 이보다 낮은 수익 구조를 가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3개년 기준 무신사의 별도 영업이익률은 평균 7.2%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가성비로 승부하는 SPA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무신사의 수익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의 별도 영업이익률은 9.5%,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15.2%를 기록했다.
무신사스탠다드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소비자 평가를 꾸준히 얻고 있는 배경에도 이러한 구조가 깔려있다. 자체 브랜드인 만큼 유통 수수료는 줄일 수 있지만,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게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만큼 수익성은 자연히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조만호 대표의 ‘뚝심 배팅’이 성과로 이어지며 이러한 우려도 서서히 해소되는 분위기다.
무신사의 매출 원가율은 최근 들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무신사스탠다드를 중심으로 제품 매출이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 영향이다. 이에 원가 부담 역시 자연스럽게 완화됐다. 무신사의 별도기준 매출 원가율은 2022년 34.8%에서 2023년 39.3%까지 치솟았으나 2024년 35.5%, 2025년 1분기 32.8까지 내려왔다.
무신사는 지난 2023년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웰링턴 매니지먼트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3조 원 중반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최대 5조 원 수준까지 평가하며 상장 기대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정식으로 상장 계획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동종 업계 상장사와 비교해도 무신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시가총액 약 3조 원 수준의 F&F는 올해 1분기 무신사의 1.7배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무신사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아직 공모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무신사의 잠재 성장력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스탠다드는 단기 수익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사업부문”이라며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플랫폼의 독립성과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자체 브랜드 전략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