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사법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나자 국민의힘이 당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이재명’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웠는데 이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기대선이 펼쳐진다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주장'을 내놔야 하는데 계속 반이재명만 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국민의힘, 여전히 '반이재명' 전략만 고집하나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산불재난대응 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7일에도 전날 이재명 대표의 무죄 선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결과를 두고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검찰은 신속하게 대법원에 상고하고, 대법원은 하루빨리 올바른 판단을 해 달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이 아닌 확신을 갖게 한 판결”이라며 “이번 2심 판결만큼은 반드시 대법원에서 바로잡아야 사법부가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는 것인데, 이제는 대법원 판결이 '유일한 희망'이 된 모양새이다. 

두 사람이 똑같이 대법원을 향해 신속한 파기환송을 요구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날 항소심 재판부가 100쪽이 넘는 장문의 판결문을 통해 거의 모든 쟁점을 소상하게 다룬 만큼 빈틈을 찾기 쉽지 않다. 설혹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뒤집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한다고 해도 확정 판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조기대선 전까지 이 대표의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건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려 해도 2심 판결에서 (세밀한) 흠을 찾아야 하므로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고리로 향후 탄핵정국을 돌파하려고 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조기대선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이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대선 출마 부적절성을 부각할 명분이 약해졌다. '범죄자 이재명' 프레임을 쒸우기도 쉽지 않다. 법원 무죄 선고를 근거로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민주당이 대응할 것이 뻔하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반이재명’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록 조기대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만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공산도 크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거나 각하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대선 전략 안짠다”며 “(대통령 탄핵 각하 또는 기각)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고 있다. 기각이나 각하됐을 때 어떻게 하면 정국을 안정시킬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정책 측면에서도 움직일 공간이 무척 협소하다.

조기대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추진했던 감세, 대북강경 외교 등을 벗어나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거리를 두는 일 자체가 보수지지층으로부터 득표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옹색한 처지에 몰린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특히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반이재명'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준비하지 않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법원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해야한다”며 “국민들의 마을 살 자신이 없으니까 계속 2심, 대법원 판결 얘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개혁적 정책 발굴이나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소속의원들의 지역구가 TK(대구·경북)와 부산·울산·경남(PK)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꼽힌다.

물론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일부 대선주자들은 각자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서도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국민의힘, 여전히 '반이재명' 전략만 고집하나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를테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과 차별화를 위한 '디딤돌 소득'을 내놨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한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3년 임기만을 채우고 개헌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선후보로서 입지가 약해 정책적 제안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당 분위기는 윤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물밑에서 대선주자들이 뭔가를 준비하겠지만 그게 당 전체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반이재명' 전략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2심 무죄 판결 이후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조기대선 전략에 변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어제 재판보다 훨씬 많은 혐의들에 잘못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