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상이 영업이익 하락세를 끊고 지난해 4년 만의 반등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식품사업부문의 글로벌화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상은 라이신사업의 부진 탓에 2022년부터 실적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난해 업황이 개선되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4년 만에 반등했다. 라이신업황이 개선되면서 K푸드 인기 흐름을 타고 대상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데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2021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대상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상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2272억 원, 영업이익 1641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23년보다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32.6% 늘어나는 것이다.
영업이익을 보면 대상의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대상의 영업이익은 2020년 1744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찍은 뒤 줄곧 하락했다. 2021년 1532억 원, 2022년 1400억 원, 2023년 1237억 원 등이다.
대상이 지난해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영업이익 1641억 원은 4년 만의 반등이다. 동시에 역대 최고 영업이익에 근접하는 규모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의미도 지닌다.
대상이 영업이익을 반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천은 라이신사업이다. 라이신은 돼지와 닭 등 가축의 성장과 발육을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대상은 CJ제일제당에 이은 국내 라이신 생산 2위 기업인데 2022년부터 라이신업황이 악화하면서 수익에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경기 후퇴와 외식 소비 위축 여파가 라이신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 현지에서 라이신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급이 과잉된 것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저가에 나온 중국산 라이신을 대거 수입하면서 CJ제일제당과 대상도 라이신 가격을 비싸게 받기 어려웠다”며 “한국 업체들의 라이신 품질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중국 회사들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상 입장에서는 라이신업황 악화는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왔다. 대상의 라이신사업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소재사업부문에 속해 있다.
대상 소재사업부문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554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2년 519억 원으로 줄어들더니 2023년에는 영업손실 186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대상의 핵심 사업부문인 식품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942억 원에서 1389억 원으로 늘었지만 소재사업부문의 적자전환이 이 성과를 갉아먹은 셈이다.
대상은 라이신업황 악화 탓에 예정했던 중국 라이신업체 지분 인수 계획을 수정했다. 부진한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라이신 생산공장의 가동률도 점차 줄였다.
하지만 라이신 가격이 지난해 초,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중국 라이신 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1㎏당 11.4위안이다. 2024년 초와 비교해 17%나 올랐다. 중국에서 돼지 등을 사육하는 숫자가 늘어난 덕분에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소재사업부문이 직접적인 수혜를 봤다. 대상은 지난해 1~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 393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보다 손익이 573억 원 개선된 셈이다.
식품사업부문이 지난해 1~3분기 낸 영업이익이 1072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재사업부문의 손익 개선은 대상의 실적 반등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대상의 영업이익 반등이 가시화하면서 신용평가기관의 시선도 달라졌다. 한국기업평가는 1월 대상의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하면서 “주요 원재료 가격 하향안정화 등에 힘입은 실적 개선과 외형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선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정배 대표이사 사장 입장에서도 회사의 실적 반등은 ‘구한감우’같이 반가운 일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대상의 LA공장. <대상>
임 사장은 2017년 대상 대표이사에 오른 뒤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식품업계의 유명한 장수 CEO(최고경영자)다. 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을 때 대상은 공동대표 체제였지만 2020년부터는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임 사장이 2013년부터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상그룹에서 CEO 역할만 13년째 하고 있는 셈이다. 임 사장이 오너일가의 신뢰를 두텁게 받고 있다는 점은 그의 오랜 경력이 증명한다.
하지만 임 사장이 대상의 단독대표이사에 오른 뒤부터 공교롭게도 회사의 영업이익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오너일가가 믿음을 보내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영업손익 악화에 따른 부담감은 상당했을 수밖에 없었을 터. 다행히 임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은 지 4년째 되는 지난해 라이신업황이 회복하면서 비로소 어깨도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이 힘을 싣고 있는 식품사업부문의 글로벌화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회사의 중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사업부문에서 글로벌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2020년 신규 공장 운영을 시작했으며 일본에서는 2023년 1분기 현지 자회사 통해 식품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미국에서도 2022년 1분기 LA공장을 완공했으며 2023년 2분기에는 현지 식품 제조업체도 사들였다. 2023년 2분기에는 폴란드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 설립했으며 2023년 4분기에는 호주법인도 만들었다.
임 사장이 단독대표이사에 오른 뒤 글로벌 사업 확대와 관련해 추진되거나 속도가 붙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식품사업부문에 집중돼 있는 모양새다. 대상은 2023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내고 있는데 이는 해외 곳곳에서 생산거점을 늘린 효과로 분석된다.
대상의 수출 효자 품목은 단연 ‘종가 김치’다. 대상은 한국에서 해외로 팔리는 김치 수출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