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주 딜라이브 대표가 딜라이브를 ‘매력적인 매물’로 바꿔놓을까?
딜라이브는 지난해부터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데 매각에 번번이 실패했고 파산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케이블방송의 인수합병을 열어주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 대표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며 딜라이브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넷플릭스와 손잡고 콘텐츠 강화에 전력
2일 업계에 따르면 전 대표는 글로벌 동영상콘텐츠기업인 넷플릭스와 제휴를 발판으로 딜라이브의 콘텐츠를 늘리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딜라이브는 11월 초부터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더크라운’의 첫 시즌을 국내에서 독점으로 방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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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
전 대표는 6월 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방한했을 때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자회사인 IHQ 등과 연계해 넷플릭스와의 공동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라이센스계약을 맺고 넷플릭스의 초고화질 콘텐츠와 기가인터넷 등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OTT박스를 내놓았다”며 “IHQ가 넷플릭스의 독점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에 넷플릭스 전용 OTT(Over The Top)박스인 ‘딜라이브플러스‘를 내놓았고 그 뒤 지속적으로 기능과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다. OTT란 셋톱박스없이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자체적으로 올해 안에 OTT박스 1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10월에 이미 달성했다. 최근 OTT사업 인력을 늘리며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전 대표가 부임한 뒤 딜라이브가 경쟁력을 높이면 매각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며 케이블방송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달라고 강조했다”며 “넷플릭스와 협력을 통해 다른 방송과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딜라이브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적합한 파트너로 평가된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딜라이브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에서 유료방송보다 싼 가격과 편리한 서비스, 자체 콘텐츠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90개 나라에서 8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분기 매출은 20억 달러(2조2280억 원)에 이른다.
특히 ‘하우스오브카드’ ‘오렌지이즈더뉴블랙’ 등 자체제작한 드라마 시리즈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1월 한국에 진출했는데 기존 한국의 인터넷방송 등과 경쟁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딜라이브의 사업기반이 넷플릭스의 사업을 펼치는 데 힘이 될 수 있다.
◆ 매각 다시 추진, 경쟁력 보여줘야
딜라이브는 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있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MBK파트너스와 딜라이브 대주단 등은 9월 초부터 매각 및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다시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그동안 매각에서 번번이 쓴잔을 들었다.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지난해 초부터 딜라이브를 인수합병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가격과 성장가능성 등에서 인수후보들의 설득에 실패해 매각은 계속 무산됐다.
MBK파트너스는 최소 2조5천억 원을 받고 팔아야 딜라이브 인수에 들인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시장에서 평가하는 딜라이브의 가치는 1조5천억 원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방송이 인터넷방송(IPTV)과 경쟁에서 밀려 침체되고 있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다.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201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같은 기간 인터넷방송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딜라이브 실적은 후퇴해왔다. 2012년 매출 6449억 원, 영업이익 1600억 원을 냈는데 그 뒤 계속 감소하며 지난해 매출 6030억 원, 영업이익 739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한때는 파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4월 말부터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금융권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는데 6월 말 대주단이 채무조정에 동의하고 7월 출자전환을 실시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전체 케이블방송업계가 침체돼 실적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 들어 가입자수가 순증으로 돌아섰고 넷플릭스와 연계사업에 대한 반응도 좋기 때문에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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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탁 IHQ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왼쪽부터),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CO,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6월30일 딜라이브와 넷플릭스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수도권 점유율 높은 점이 매력
딜라이브의 매각을 긍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딜라이브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은 8%인데 수도권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알짜로 꼽히는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만 232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에서 서비스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체가입자 가운데 디지털방송 가입자의 비율도 높다. 가입자의 69%가 디지털방송에 가입했는데 케이블방송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의 경우 디지털 전환율 63%를 보이고 있다.
케이블방송이 인터넷방송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이 더디다는 점이 꼽힌다. 아날로그방송에서는 주문형비디오(VOD)나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어렵다.
국회와 정부에서 케이블방송 지원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는 점도 딜라이브가 매각을 재추진하는 데 호재가 될 수 있다.
미래부는 10월과 11월에 각각 토론회를 열어 케이블업계 관계자들과 정책변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토론회를 거치면서 케이블방송의 권역제한과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지분제한을 각각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게 되면 딜라이브 입장에서 인터넷방송과 케이블방송 등 다른 유료방송사업자와 결합이 수월해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 SK텔레콤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각각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정책 변화가 이뤄질 경우 딜라이브 가치가 다시 조명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