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12-18 15: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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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면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과 맞교환(스왑)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엇갈린 주가가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도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그룹이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함과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점을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하락했다.
11월15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동안 10조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 가운데 3조 원은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만 23% 이상 상승했고, 5년을 기준으로 보면 150% 가까이 올랐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년 동안 약 2% 하락했다.
이와 같은 주가 흐름은 삼성전자 주주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이 회장에게는 기회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일가가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현재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회장이 1.63%를 보유하고 있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6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0.80%),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0.79%) 지분을 모두 합쳐도 4.86% 수준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적지만, 삼성물산 지분율은 19.06%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삼성전자 지분(8.51%)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 19.34%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또 삼성전자 지분 5.01%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 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삼성전자의 연결고리가 약해, 삼성전자가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51%로, 이들이 향후 주주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018년, 앨리엇이 2016년 삼성전자 측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과 맞교환해 삼성그룹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한다면, 이같은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06%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 약 30조 원으로 평가된다.
이 지분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약 27조 원), 1.49%(약 4조8천억 원)와 맞교환한다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단숨에 15%까지 뛰어오른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입장에서는 호재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투자은행(IB) 쪽에서 나오고 있다”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삼성물산이 인수하거나,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과 맞교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부회장 유임도 내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까지 의무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보하려면 삼성생명·삼성화재와 지분 교환을 해도 최소 40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에는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만약 2년이 지난 뒤에도 요건 충족이 어려우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아 유예기간을 추가 2년 연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더 키운 뒤,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로, 삼성전자 지배력 축소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육성이 그룹 차원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