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가 글로벌 리조트에 걸맞는 대표이사 승계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강원랜드는 이삼걸 전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의 사임 이래 1년이 다 되도록 기관장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부터 강원랜드는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두고 자격과 전문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글로벌 복합리조트 도약을 위한 K-HI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리조트에 걸맞도록 명문화된 승계정책이 세워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28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K-HIT(케이히트)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복합리조트 도약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하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를 배제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섰다.
케이히트 프로젝트는 2조5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카지노는 물론 복합리조트로서 강원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 인근 폐광지의 관광자원과 동반 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가운데)가 9월3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2024 전사 제안과제 공유 간담회’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강원랜드>
최근 강원랜드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강원랜드 이사회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과 관련해서 별도의 명문화된 규정이 없이 공공기관 운영법을 따르는 상황”이라며 “2026년까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과 관련해 정관을 별도로 만들고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평가에서 이사회 내부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이와 관련해 강원랜드는 공기업으로서 특징을 고려하면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왔다.
강원랜드는 2024년 5월31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대표이사 선임 때는 공공기관 운영법을 최우선으로 적용받는다”라며 “아울러 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및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 등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ESG기준원이 2021년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승계에 관한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도록 권고를 받는다. 이 정책에는 비상시 최고경영자 승계와 관련한 내용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박나온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2023년 2월 KCGS 리포트 13권 2호를 통해 “최고경영자 승계는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며 “우수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육성하고 적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현 최고경영자와 이사회는 차기 최고경영자의 후보군 선정, 평가 및 선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상장기업의 이사회가 마련해야 하는 경영승계의 내부 규정을 살펴보면 △경영승계 계획의 수립 및 변경 △최고경영자의 최소 자격요건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의 개시 사유 및 개시 결정 시기 △최고경영자 후보자 추천절차 및 경영승계 절차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최고 경영자의 최소 자격요건’ 부분이다.
▲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 4월8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강원랜드>
그동안 강원랜드 사장으로 선임된 인물들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니냔 비판을 들어왔다.
가장 최근에 대표이사를 지낸 이삼걸 전 강원랜드 사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당적을 옮겨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안동시장,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 사장은 카지노 업계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이기 때문에 취임 당시부터 전문성 결여 논란이 일었다. 정권 교체 이후로는 문재인 정부의 알 박기 인사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는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임기를 4개월 남긴 지난해 12월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최홍집 전 사장, 함승희 전 사장, 문태곤 전 사장 역시 카지노 업계와 관련한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최홍집 전 사장은 채용 비리, 함승희 전 사장은 법인카드 부정 사용, 문 전 사장은 도난 사건 등 기강해이 문제로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강원랜드 역대 사장 10명 가운데 임기 3년을 채운 인물은 김광식 전 사장, 조기송 전 사장, 함승희 전 사장, 문태곤 전 사장 등 단 4명뿐이다. 그나마도 이들 중 절반은 임기 이후 문제가 터졌다. 강원랜드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이 터진 함 사장 외에도 김광식 전 사장이 재직 중 금품을 수수했단 혐의가 발각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철규 부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국민통합비서관 출신이다. 최철규 부사장의 전임인 심규호 전 강원랜드 부사장 또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보좌관을 지내온 인물이라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국회에서도 강원랜드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논란이 제기됐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렴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강원랜드가 대통령비서실 국민통합비서관 출신인 최 직무대행을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을 놓고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21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청렴체감도 부문에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박 의원은 “강원랜드는 공기업으로써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직 기강 확립, 부패 청산을 위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정권 출신 공직자가 기업의 특성과 무관하게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채용되고 있어 유착관계의 고리를 잘라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