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완화에 빅 메이커 하이브리드 참전, 현대차 판매 증가에 '먹구름'

▲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를 방문한 사람들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SUV인 랜드 크루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순위가 오름세를 보였지만 이런 추세를 이어가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경쟁사들 또한 미국 당국의 규제 완화 정책에 맞춰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완성차 기업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몇 년 동안 더 많은 하이브리드차들이 미국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둔화)’에 직면한 기업들 사이에는 대응 방안으로 하이브리드차를 고려하는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내 ‘빅3’ 기업인 포드와 GM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포드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일부 차량 출시 계획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한다. GM 또한 2027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을 내놓는다. 

여기에 기존 하이브리드 강자인 토요타도 라인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또한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터줏대감들 뿐 아니라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모두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셈이다.

미국 환경 당국이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만회할 방법으로 하이브리드차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올해 내놓은 배출가스 규제 최종안에서 2027년~2029년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CO2) 감축 목표를 애초 방안보다 대폭 줄였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모두 장착하고 상황에 맞게 동력원을 바꾸는 차량이라 배기가스 규제가 판매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미국 환경청이 최종안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배출가스 규제를 일부 터주자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규제완화에 빅 메이커 하이브리드 참전, 현대차 판매 증가에 '먹구름'

▲ 현대차의 2025년형 투싼 하이브리드 차량이 한 주유소에 들러 주차를 하고 있다. 홍보용 영상 일부를 갈무리한 사진. <현대차그룹>

이렇듯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늘수록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부담이 더해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 초기에 기회를 선점했지만 앞으로 치열한 경쟁 환경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판매 순위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각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165만2821대를 판매했다. 

이에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사상 처음 미국 자동차 판매 4위에 올랐다. 2022년과 2021년에는 5위였는데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가 순위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더욱 오를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 미국판매법인(HMA)이 올해 2분기 미국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4만6천 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3% 증가했다. 

가장 최근인 7월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무려 67%나 늘며 월간 전체 판매실적을 이끌기도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상황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확대되는 일이 불가피하지만 경쟁사가 늘수록 이 추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현대차그룹도 미국 조지아주에 곧 완공하는 메타플랜트(HMGM)를 애초 전기차 전용에서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제조하도록 설비를 일부 변경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전체 판매 순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과 맞붙어 성과를 내야 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과 2023년에 연속으로 자동차 판매 세계 순위에서 3위에 올랐는데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를 중심으로 한 선전이 큰 몫을 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최근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현대차 성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현대차는 오는 28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HMGMA에서 생산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비중 등 자세한 계획을 발표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