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CoWoS 패키징 공급 안정화를 위해 디스플레이 공장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TSMC의 CoWoS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 디스플레이 제조사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위탁생산에 패키징 공급 부족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하자 서둘러 생산 능력을 키우며 파운드리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4일 “이노룩스가 최근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5.5세대 디스플레이 공장 매각을 발표했다”며 “TSMC가 이를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가 반도체 장비업계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TSMC는 디스플레이 공장을 칩온웨이퍼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공장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CoWoS 패키징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고사양 기술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로 조립해 성능을 높인다.
TSMC가 디스플레이 공장까지 인수하며 패키징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H100을 비롯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모두 TSMC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패키징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TSMC는 이에 따라 올해 CoWoS 패키징 생산 능력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대만에 다수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노룩스 공장을 인수해 반도체 패키징 설비를 도입한다면 증설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대만 치아이에 신설하는 공장 부지에서 유적지가 발견돼 건설이 중단된 점도 디스플레이 공장을 사들이기로 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TSMC의 CoWoS 패키징 생산 능력은 웨이퍼 기준으로 올해 말 월간 4만 장 수준에서 내년에는 6만 장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하반기 들어 CoWoS 관련 장비 물량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공급사들에 웃돈을 얹어주는 사례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TSMC가 이처럼 패키징 공급 능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인텔을 비롯한 경쟁사에 수주 물량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며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 새로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수주 기회를 꾸준히 찾으며 첨단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TSMC가 단기간에 패키징 공급 차질을 해소하지 못 한다면 이러한 경쟁사에 수주 기회를 일부 빼앗길 수 있는 만큼 공격적 증설 투자로 우위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활발한 투자 확대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둔화에 관련한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며 공장 인수가 확정되는 대로 장비 주문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