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산전수전' 현대차 쏘나타·그랜저, 국내 세단 시장 반등 듀오 '고군분투'

▲ 국내 최장수 모델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가 국내 세단 시장의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최장수 모델 현대자동차 쏘나타 국내 판매량이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다. 쏘나타에 이어 두 번째 장수모델이자 국내 최고 인기 모델인 현대차 그랜저는 올해 판매량이 크게 꺾인 가운데 '가성비'를 높인 연식변경 모델 출시로 판매 회복을 노린다.  

국내 세단 시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에 밀려 판매 감소를 겪고 있다. 국내 대표 세단인 두 차종은 40년 가까이 쌓아온 기술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SUV에 꺾인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11일 현대차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작년 5월 출시된 8세대 쏘나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쏘나타 디 엣지'는 올해 들어 출시 첫해보다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원조 국민차'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

쏘나타는 올 1~7월 국내에서 전년 동기보다 47.8% 증가한 2만7756대가 팔려 현대차 전체 승용차 가운데 싼타페(141.5%)에 다음으로 높은 판매 증가율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고금리 등의 영향을 받아 10%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올 1~7월 현대차(제네시스 제외)에서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을 늘린 차종 자체가 많지 않은데 세단은 쏘나타가 유일하고, SUV를 포함해도 싼타페와 2.8% 소폭 증가한 투싼 등 단 3차종뿐이다.

특히 올해 초 쏘나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이 전기차 설비공사를 위해 6주 동안 생산을 중단한 영향을 받아 지난 1~2월 쏘나타가 국내에서 1893대가 팔리는 데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쏘나타 판매 증가세는 뚜렷하다. 쏘나타는 지난 5월 국내에서 5820대가 판매돼 출시 뒤 처음 월간 판매량 5천 대를 돌파했고, 7월까지 내리 3개월 동안 5500대가 넘는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쏘나타 선전에는 현대차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디 엣지 택시 모델을 국내 출시한 영향도 컸다.
 
'40년 산전수전' 현대차 쏘나타·그랜저, 국내 세단 시장 반등 듀오 '고군분투'

▲ 쏘나타 디 엣지. <현대차>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아산 공장에서 생산하던 쏘나타 뉴라이즈(7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국내 택시 업계 반발에 중국산 쏘나타 디 엣지 택시를 새로 출시했다.

하지만 택시 모델 판매량을 제외해도 쏘나타의 국내 판매 증가세는 뚜렷하다. 올 상반기 택시 모델(5101대)를 제외한 쏘나타 판매량은 1만7123대, 작년 상반기 택시 모델(6704대)를 제외한 쏘나타 판매량은 9065대다. 올 상반기 택시를 제외한 쏘나타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88.9%나 증가했다.

현대차가 공개하는 판매 실적에는 모델별로 택시 모델 판매량이 포함돼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쏘나타는 연간 4만5천 대 수준의 판매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쏘나타 국내 판매량은 8세대 완전변경 모델(DN8)이 처음 출시된 2019년 10만3대를 기록한 뒤 2020년 6만7440대, 2021년 6만3109대, 2022년 4만8308대로 지속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3만9641대로 4만 대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5년 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8세대 쏘나타는 디자인 호불호가 크게 갈리며 출시 이듬해인 2020년부터 판매실적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당 모델은 세간에서 메기를 닮았다는 평을 받으며 '메기타'로 불리기도 했다.
 
'40년 산전수전' 현대차 쏘나타·그랜저, 국내 세단 시장 반등 듀오 '고군분투'

▲ 2019년 출시된 8세대 쏘나타(DN8). <현대차>

현재 시판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는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일자형 주간주행등(DRL)을 달고, 스포츠 세단 느낌의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바꿨다. 또 차량을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쏘나타는 1985년 출시된 국내 최장수 모델로, 1988년 2세대 Y2, 1993년 3세대 Y3, 1998년 4세대 EF, 2004년 5세대 NF , 2009년 6세대 YF , 2014년 7세대 LF(후기형 뉴라이즈), 2019년 8세대 모델로 완전변경을 거쳤다.

2000년대 들어서만 11번이나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찬 원조 '국민차'다.

차박 등 레저활동 증가와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SUV 판매에 집중한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전략이 맞물려 국내 세단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세단은 모두 20만9538대가 판매돼 같은 기간 판매된 전체 승용차(71만3481대) 가운데 29.4% 비중을 보여 사상 처음 30%선을 밑돌았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승용차 판매 시장의 최강자인 현대차 그랜저마저 판매 절벽에 직면했다.
 
'40년 산전수전' 현대차 쏘나타·그랜저, 국내 세단 시장 반등 듀오 '고군분투'

▲ 현재 판매중인 7세대 그랜저(GN7). <현대차>

그랜저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3만3370대가 팔리는데 그치며, 전년 동기(6만2970대)와 비교해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는 지난 6월 그랜저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첨단 사양을 기본 탑재하면서도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2025년형 그랜저는 최신 지능형 안전 사양인 차로유지보조2를 비롯해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시스템, 트렁크 리드 조명, 전자식 변속칼럼 진동 경고기능 등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판매 시작 가격을 25만 원 올렸다. 인상률을 0.7% 수준으로 최소화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상위 트림인 그랜저 캘리그래피는 99만 원 상당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추가하고, 판매가격은 83만 원밖에 인상하지 않아 실질 가격이 오히려 내렸다"고 말했다.

일단 그랜저 국내 판매량은 7월 전달보다 10.2% 증가한 6287대를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현재 판매 중인 그랜저는 2022년 11월 현대차 승용 라인업 최초로 일자형 주간 주행등을 달고, 기존 모델과 완전히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지난해 신차 효과를 뿜어내며 전년보다 68.7% 증가한 11만3062대가 팔려 압도적 국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해 높은 기저 효과로 인해 올해 판매량이 크게 줄긴 했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도 누적 3만9657대가 팔려 현대차 승용차 가운데 판매량 2위, 전체 국내 승용차 판매 5위를 달리고 있다.
 
'40년 산전수전' 현대차 쏘나타·그랜저, 국내 세단 시장 반등 듀오 '고군분투'

▲ 1986년 출시된 1세대 그랜저. <현대차>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각 그랜저' 모델로 판매를 시작해 1992년 2세대 '뉴 그랜저', 1998년 3세대 XG, 2005년 4세대 TG, 2011년 5세대 HG, 2016년 6세대 IG, 2022년 7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그랜저는 6세대 그랜저 IG 출시 직후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22년 단 한차례를 빼고 모두 국내 판매량 1위에 올랐다.

1세대 그랜저 출시 당시 판매 가격은 1690만 원~2890만 원으로, 상위 모델 가격은 당시 1인당 명목 국민 총소득(GNI) 245만 원의 11배가 훌쩍 넘는 소위 '집 한 채' 값에 해당했다.

1996년 현대차 다이너스티가 출시될 때까지 그랜저는 국내 최고급 자동차 지위를 10년 가량 유지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수입차 판매 비중은 20% 수준에 달하지만,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뒤 2001년까지만 해도 수입차 점유율은 1%에도 못미쳤다. 1990년대까지 그랜저는 대체 불가능한 '최고급' 자동차였던 셈이다.

국내 소득 수준이 성장하면서 현재 그랜저 3.5 가솔린 최상위 트림 가격은 4968만 원으로, 작년 1인당 GNI 4724만8천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기준 그랜저 개인 구매자 가운데 주 수요층은 50대 이상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청년 시절 집 값을 넘봤던 그랜저를 향한 국내 중년층 구매자들의 단단한 수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