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국서 테슬라와 전기차 양강체제 갈까, 치열한 저가 경쟁 뚫어야

▲ 올해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점유율인 11.2%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테슬라와 전기차 양강구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올 상반기 미국에서 1만 대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린 기아 전기차 'EV9'. <기아>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압도적이었던 테슬라의 현지 점유율이 올해 2분기 50% 이하로 떨어진 데 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같은 기간 역대 분기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보급형 전기차와 플래그십 전기 신차를 미국 시장에 투입하며 테슬라 추격을 노린다. 다만 내년 미국에서 여러 완성차 브랜드들의 저가 전기 신차가 잇달아 출시될 예정이어서,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얼마나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12일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올 2분기 미국에서 3만7044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1.2%로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점유율 7.3%와 비교하면 4%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테슬라에 이은 2위다.

현대차그룹은 올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면서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포드(7.2%, 2만3957대), GM(6.6%, 21930대)와 점유율 격차를 전년 동기 1%포인트 미만에서 약 6%포인트 수준까지 벌렸다.

올 2분기에도 테슬라는 미국에서 16만4264대의 전기차를 팔아 49.7%로 현지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다만 테슬라가 2020년 모델Y 출시 뒤 모델X, 모델S, 모델3 등 4종의 승용 전기차 라인업을 유지하는 동안 현지 시판 전기차가 100종을 넘어서는 등 경쟁이 가열되면서, 2분기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9.7%로 역대 분기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즈 스트리티 이사는 "테슬라의 분기 전기차시장 점유율이 처음 50%를 밑돌면서 전반적 전기차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내놓고 우수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데는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 'EV9'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다. 작년 말 현지 출시된 EV9은 미국에서 2분기에만 5664대가 팔려나갔고, 기아의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35.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기차 판매 성장률 11.3%의 10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EV9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9671대로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1225대)의 약 8배에 달했다. EV9의 미국 시작 가격은 5만6395달러(약 7780만 원)로 현지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은 3열 대형 SUV 가운데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더욱이 EV9은 지난 5월부터 기아의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곧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규정한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갖추고 7500달러의 보조금(세액 공제)을 통해 실구매 가격이 4만8895달러(약 6750만 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0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 가동을 시작해 현대차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연방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차량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또 내년 EV9과 동급인 3열 대형 SUV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9'과 보급형 전기차 기아 'EV3'의 미국 출시가 예고돼 있어,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미국 전기차 시장 양강체제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은 작년 기준 라이트트럭(SUV+픽업트럭) 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큰 차 인기가 높은 시장으로, 아이오닉9 역시 EV9과 같이 미국에서 상당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EV3 미국 출시 가격이 3만~3만5천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에서 생산되면 미국 시판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2만2500~2만75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미국서 테슬라와 전기차 양강체제 갈까, 치열한 저가 경쟁 뚫어야

▲ GM의 전기차 '이쿼녹스 EV'. <쉐보레 글로벌 홈페이지>

다만 미국에선 올 하반기부터 저가 전기차 신차 출시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현대차그룹이 현지 전기차 점유율을 더 빠르게 늘리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GM은 지난달 미국에서 시작 가격이 4만3295달러(약 5970만 원)인 쉐보레 이쿼녹스 EV 2LT 모델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쉐보레 측은 "이쿼녹스 EV가 315마일(약 507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한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전기차"라고 홍보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더 저렴한 3만4995달러 가격표가 붙은 이쿼녹스 EV 1LT 모델 계약을 시작한다. 연방 보조금을 받으면 2만7495달러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2~3분기엔 지난해 2만 달러 대 시작 가격을 무기로 미국에서 6만 대가 넘게 팔렸던 볼트 EV의 차세대 모델을 출시한다. 

작년 말 생산을 중단한 기존 볼트 EV가 파생형 전기차였던 반면 신형 볼트 EV는 GM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기반으로 제작돼 상품성을 높이고,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GM 측은 신형 볼트 EV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싼 전기차는 닛산 리프 S(2만9280달러)다.

GM, 포드와 함께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도 미국 전기차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스텔란티스 산하 지프는 올 연말 대형 전기 SUV '왜고니어 S'를 출시한다.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중형 전기 SUV '레콘'도 이르면 연내 출시한다. 

한발 늦게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스텔란티스는 현지에 저가 전기차를 빠르게 출시할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말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전기차 도입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주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2만5천달러의 지프 전기차를 곧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도 이르면 내년 미국 출시가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4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초에는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델2로 불리는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 가격은 2만5천 달러 이하로 관측된다. 

볼보도 내년 최처 3만4950달러의 가격표가 붙은 전기 SUV 'EX30'을 미국에 내놓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