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3빌딩 전망대 '마지막 서울 풍경' 담아보다, "한국인 마음 속 영원한 랜드마크"

▲ 오랜 시간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63빌딩의 전망대 '63아트'가 6월30일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차를 타고 처음 서울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참 도심을 지나갈 때도 별 감흥이 없다가 한강철교를 건너며 드넓은 한강과 독특한 빛을 내며 우뚝 선 63빌딩을 보고서야 '이곳이 서울이구나'하고 말이다."

한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63빌딩에서 서울을 한 눈에 들어오게 했던 전망대가 마지막을 맞이한다.

오랜 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각인된 63빌딩은 그 타이틀을 다른 빌딩에 내준지는 오래됐다. 더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 잠실 제2롯데월드가 있지만 오랜시간 운영된 63빌딩 전망대에는 시민들의 추억이 켜켜이 묻어있어 특별하다.

30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따르면 63빌딩 전망대 ‘63아트’가 이날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7일 운영 종료를 앞둔 63아트를 찾아 63빌딩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의 담고 아쉬움에 젖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현장] 63빌딩 전망대 '마지막 서울 풍경' 담아보다, "한국인 마음 속 영원한 랜드마크"

▲ 63빌딩 전망대에서 북측 한강을 바라본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평일임에도 전망대가 위치한 63빌딩 60층에는 전망대에서 보는 서울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전망대 운영직원에 물으니 운영종료 발표 이후 방문객 증가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전망대는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일부는 미술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63아트의 마지막 미술전시는 아르헨티나의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의 ‘영화의 순간들 63’이다.

가장 먼저 망원경을 통해 북측 한강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거대한 한강의 모습에 마음에 평온해졌다. 강 한 가운데는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노들섬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 63빌딩 전망대 '마지막 서울 풍경' 담아보다, "한국인 마음 속 영원한 랜드마크"

▲ 63빌딩 전망대에서 서쪽을 바라본 모습.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파크원 타워가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을 건너 서울의 또다른 랜드마크인 이른바 남산타워로 알려진 ‘N서울타워’가 우뚝 서 있었다. 한강 이남의 랜드마크와 한강이북의 랜드마크가 서로를 마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날 63빌딩을 처음 와봤다는 70대 미국교포는 “63빌딩은 교민사회에서도 조국을 상징하는 건물이라 40년만에 한국에 입국한 김에 왔다”며 “63빌딩 전망대 운영 종료 사실을 몰랐는데 마침 운이 좋았다”고 놀라워했다.

방향을 돌려 여의도 동쪽 끝에 위치한 63빌딩에서 서쪽을 바라보았다. 여의도의 주거지역과 여의도 한강공원을 지나 수많은 업무빌딩 사이로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파크원 타워, MZ세대의 ‘팝업의 성지’ 더현대서울이 눈에 들어왔다. 

원효대교부터 서울 가장 서쪽 가양대교까지는 오늘도 차량이 분주하게 한강 이남과 이북을 오고가고 있었다.
 
[현장] 63빌딩 전망대 '마지막 서울 풍경' 담아보다, "한국인 마음 속 영원한 랜드마크"

▲ 63빌딩 전망대에서 남쪽을 바라본 모습 사진아래 여의도성모병원의 루르드 성모 벽화와 사진 좌측 중간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이 보인다. 한강 이남을 횡단하는 올림픽대로와 노들길에는 평일 낮시간에도 차량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의 대표적인 인구 밀집지역인 동작·관악·영등포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동쪽 카페 구역으로 이동했다. 

가까이서는 여의도성모병원의 ‘루르드 성모벽화’ 및 전국 각지에서 어부들이 건져올린 수산물이 집산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이, 멀리서는 관악산과 그 기슭에 터를 잡은 서울대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빼곡하게 들어선 주택과 아파트 사이에 허허벌판이 있었다. 거주민 철거가 끝난 노량진 재개발 6구역이다.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조차 찾기 힘든 이곳은 하반기 약 1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63빌딩은 1985년 개장할 당시에만 국내 최대규모의 빌딩이었다. 현재는 63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많지만 대부분 사무용 빌딩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않다.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63빌딩인만큼 전망대에는 많은 시민들의 추억이 서려 있었다.

전망대 카페에서 한 중년 여성은 “며칠 전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전망대 운영종료 소식을 듣고 20대 시절 남편과 데이트를 했던 장소를 추억하기 위해 전망대를 다시 찾았다”며 “완공 당시에만 해도 한국 최고 높이의 건물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 63빌딩 전망대가 애틋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현장] 63빌딩 전망대 '마지막 서울 풍경' 담아보다, "한국인 마음 속 영원한 랜드마크"

▲ 전망대 동쪽 카페의 벽면에는 방문객들이 염원을 담은 소원종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또한 카페 한쪽 벽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소원종이가 빽빽히 걸려 있었다. 연인과의 오랜 사랑, 소중한 가족의 건강, 개인의 성취, 든든한 재력을 기원하는 글귀들이 수 백가지 필체로 적혀 있었다. 

전망대가 마지막을 맞이하지만 소원종이들에 적힌 염원들은 계속되길 속으로 기원했다.
 
63빌딩 기념주화 3종이 아직 자동판매기에서 판매 중이었기에 하나를 구매했다. 운영기간이 막바지에 달해서인지 인기있는 디자인은 품절이었다. 옆에는 프레스 기계를 직접 작동시켜 주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계도 있었다.

맥스 달튼 전시장 중간중간에는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이 유리창에 스티커로 붙여져 있었다. 맥스 달튼이 영화를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는 만큼 한강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이 빠질 수가 없는 듯 했다.

전망대에서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20대 남녀 한 쌍은 “전망대가 운영이 마지막이라길래 어릴적 와보았던 63빌딩을 다시 찾았다”며 “전망도 좋고 분위기도 로맨틱한 곳이라 진작 몇 번 더 와볼 걸 하고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마천루하면 모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먼저 떠올리듯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마천루는 여전히 63빌딩인 듯 했다.
 
[현장] 63빌딩 전망대 '마지막 서울 풍경' 담아보다, "한국인 마음 속 영원한 랜드마크"

▲ 63빌딩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이미 오래전에 내줬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 서울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63빌딩 전망대에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를 방면을 바라본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유아 자녀 2명과 함께 63빌딩 전망대를 찾은 부부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차를 내고 방문했다"며 "다른 높은 마천루들이 생겼지만 내 마음속의 서울의 랜드마크는 오랫동안 '63빌딩'이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및 한화생명보험을 취재한 결과 63빌딩 전망대는 당분간 재개장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 나고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는 한 40대는 “결혼한 뒤 아이를 기르면서도 63빌딩 전망대를 종종 방문했는데 운영종료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진 감이 있다”며 “서울 서남권에는 63빌딩말고는 이렇다 할 전망대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