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5-29 12:37:15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6500억 원에 이르는 자본 확충을 통해 유동성에 숨통을 텄다.
허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이후 1호 인사로 투입된 재무전문가로 대표 선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당장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확실하지만 크게 늘어날 이자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증가할 이자비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이날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6500억 원을 조달한다. 신세계건설은 재무 건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확보한 금액은 모두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거나 아예 없으며 주식과 채권이 섞인 ‘하이브리드형 채권’으로 불린다.
5월9일 재무 안정화라는 특명을 받고 신세계건설 수장에 선임된 허 대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올해 들어 진행해 온 현금확보 작업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탓에 유동성 우려가 불거져 온 신세계건설은 최근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공을 들여 왔다.
신세계건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3월 말 기준 PF 우발부채 800억 원을 비롯해 책임준공약정 2조9390억 원, 중도금대출 보증 1조4182억 원 등을 안고 있다.
올해 신세계건설은 1월 회사채(사모) 2천억 원 발행 결정 및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인수합병에 따른 659억 원의 현금유입, 2월 레저사업부문 양도 결정, 4월 말 회사채 500억 원 발행 등 자금 조달을 진행해 왔다.
신세계건설은 6월28일 그룹 계열사 조선호텔앤리조트로부터 레저사업부문 양도대금 1820억 원을 수령한다.
이후 1월 발행하기로 의결한 2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가운데 150억 원 규모의 채권을 7월28일 그룹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가 매입하는 것을 끝으로 올해만 모두 1조2천억 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도 연결기준으로 1분기 말 807%에서 200% 아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건설은 나아진 재무 여건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스타필드 청라 건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등 대규모 사업들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스타필드 청라 1단계 현장(수주잔액 297억 원)’은 지난해 4월 계약 뒤 신세계건설 수주잔고에 잡혀 있다.
다만 허 대표는 실적 개선을 빠르게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지만 동시에 이자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자비용 지출이 급증했다.
유동차입금(단기차입금+회사채)과 비유동차입금(장기차입금+회사채)을 합친 신세계건설 차입금은 2022년 말 567억 원에서 지난해 말 3442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말에는 5317억 원까지 확대됐고 금리 역시 함께 높아졌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이자율(연간)을 보면 2022년 말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이자율이 평균 2.5%로 설정됐다. 그러나 202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회사채 이자율은 2023년 3월 발행 건이 5.22%로 가장 낮고 나머지는 모두 7%대로 정해졌다.
이에 신세계건설의 연간 이자비용은 2022년 18억 원에서 지난해 198억 원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올해는 1분기에만 이미 89억 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했다.
이날 발행한 65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의 최초이자율은 7.078%로 여기에서만 460억 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간 이자로만 최소 65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율은 최대 11.578%까지 상승한다. 이자율의 최초 재설정일(3년 뒤)인 2027년 5월29일 2.50%포인트가 가산된 뒤 이후 2031년까지 1년마다 0.50%포인트씩 더해지는 방식이다.
신세계건설은 이미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6월 30년 만기 3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5.40% 이자율로 발행했다. 이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율도 올해 6월 2.50%포인트 더해진 7.90%로 오른 뒤 1년마다 0.5%포인트씩 가산된다.
▲ 신세계건설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 조감도. <신세계건설 홈페이지>
신세계건설이 이자비용을 문제없이 감당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일감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10년 동안 신세계건설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6년만 유일하게 영업이익 519억 원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해에는 모두 500억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엔 연결기준 영업손실 1878억 원을 냈다. 2022년 영업이익 262억 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142억 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영업손실 규모가 13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232억 원을 거뒀다. 대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주택사업 미분양 리스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분기 기준 신세계건설의 대구 주요 사업장을 보면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에서 732억 원,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에서 294억 원 규모의 공사미수금이 남아있다.
신세계건설 수주잔고는 2021년 말 3조698억 원에서 2022년 말 2조6154억 원, 지난해 말 1조9542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14일 신세계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내리며 “높은 원가부담, 분양경기 불확실성 지속으로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여력은 제한적”이라며 “대규모 계열 공사 물량을 기반으로 한 수익구조 안정화는 2025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은 유동성 우려를 지우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이번 선제적 자본확충을 통해 향후 3년가량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자금수요 이상의 충분한 유동성 대응 역량을 갖추게 됐다”며 “재무 안정화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갖춘 사업들을 수주해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