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SMIC 올해 5나노 반도체 상용화 추진, 미국 수출규제 강화에 '반격'

▲ 중국 화웨이와 파운드리업체 SMIC가 올해 안에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와 SMIC가 이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EUV(극자외선) 장비를 활용하지 않는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7나노 반도체 출시에 대응해 무역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앞선 기술을 선보여 규제 의지를 꺾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와 SMIC가 연내 5나노 공정 기반 프로세서 출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5나노 미세공정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등에 쓰이는 첨단 기술로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 공정에 해당한다.

SMIC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국 및 네덜란드 장비업체의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해 5나노 파운드리 기술 및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때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EUV 장비를 활용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 기업들이 EUV 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무역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와 SMIC는 지난해 8월 EUV 장비를 쓰지 않고 생산한 7나노 기반 ‘기린9000S’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이를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 등에 탑재했다.

미국의 규제에도 중국 반도체기업의 첨단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이러한 ‘도발’에 대응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장비 및 소프트웨어 등 품목의 수출 통제 수위를 더욱 높였다.

네덜란드와 일본 등 주요 반도체장비 수출국도 미국 정부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에 공급하는 품목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했다.
 
화웨이 SMIC 올해 5나노 반도체 상용화 추진, 미국 수출규제 강화에 '반격'

▲ SMIC 반도체공장 외부 전경. < SMIC >

화웨이와 SMIC가 더 앞선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상용화 계획을 내놓은 것은 미국과 동맹국의 제재를 다시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나노 미세공정은 현재 파운드리업계 최신 기술인 3나노 대비 한 세대 뒤처지지만 중국 반도체업계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5나노 공정 기반 프로세서를 스마트폰 이외에 데이터서버용 제품에도 활용할 계획을 두고 있다.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에도 해당 기술이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와 SMIC가 5나노 프로세서 양산에 성공한다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엔비디아와 격차를 더욱 좁히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SMIC의 첨단 미세공정 수율이 TSMC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생산 능력과 단가 측면에서는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와 SMIC의 목적이 5나노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있는 만큼 기술 구현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와 SMIC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점도 비용 문제가 큰 변수는 아니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화웨이와 SMIC가 계획대로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위해 쓰이는 장비를 추가로 사들일 수 없는 만큼 투자 확대에는 분명한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SMIC 내부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에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한 뒤 SMIC가 시설 투자를 늘리는 일은 매우 어려워졌다”며 “중국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성과는 결국 SMIC의 기술 발전과 생산 능력 확대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