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퀄컴이 공개한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예상했던 대로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년 연속 고배를 마신 것이지만 퀄컴이 3나노 공정 도입을 미루면서 내년에는 3나노 2세대(SF3) 공정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퀄컴 고객사 유치 무산, 경계현 3나노 수율 높여 내년 노린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3나노 수율을 더욱 높여 내년에 퀄컴의 고객사 유치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1년 안에 3나노 수율(완성품 비율)을 퀄컴이 원하는 수준인 70%까지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현지시각 24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 3세대를 발표했다.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30% 향상되고 전력 효율이 20% 개선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속도는 25%, 전력효율 25% 좋아졌다.

다만 퀄컴은 애플과 달리 TSMC 3나노 공정 대신 4나노 공정을 활용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이번에도 스냅드래곤 수주를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으로 2021년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위탁생산을 맡았으나 당시 수율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스냅드래곤8 2세대에 이어 3세대까지 와서도 외면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게도 희망을 걸 요인은 있다.

퀄컴이 TSMC 3나노 도입을 미루고 4나노 공정을 한 번 더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TSMC의 3나노 수율이 50%에 불과해 가격대비성능(가성비)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IT전문지 XDA는 “퀄컴은 아마도 낮은 수율과 잠재적인 비용 증가로 인해 애플이 사용하는 3나노 대신 TSMC의 4나노를 고수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4나노를 선택하는 것이 가격 인상을 피하고 플래그십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이 결정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즉 퀄컴이 아직 TSMC 3나노의 수율이나 가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3나노 수율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내년에 나올 ‘스냅드래곤8 4세대’에서는 TSMC와 다시 겨뤄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도 현재 TSMC와 비슷한 5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퀄컴이 원하는 3나노 수율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1년 안에 수율을 2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1세대(SF3E)를 양산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2세대 공정(SF3) 양산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AP를 제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4나노 수율을 1년 여 만에 50% 이하에서 75% 끌어올렸을 만큼 첨단공정을 안정화하는 데 저력을 보여준 바 있는 만큼 3나노에서도 비슷한 속도로 수율을 높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올해 8월 퀄컴에 3나노 반도체 샘플을 보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퀄컴 고객사 유치 무산, 경계현 3나노 수율 높여 내년 노린다

▲ 삼성전자가 2024년 3나노 공정으로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를 수주하려면 우선 수율을 70%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해외 IT전문지 노트북체크는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했던 AP 스냅드래곤8 1세대 및 스냅드래곤888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스냅드래곤8 4세대를 위해 삼성전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3나노 샘플을 받아본 퀄컴 관계자는 ‘놀랍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3나노 수주 경쟁에 있어서도 여전히 삼성전자가 불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TSMC가 애플 아이폰15프로에 들어가는 AP를 3나노로 제조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칩을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ASIC)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공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수율이나 기술력 차이가 내년에는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파운드리에서 수율을 끌어올리려면 계속된 생산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공정을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는 결국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에 유리한 싸움이다. 3나노 공정의 절대적인 경험치에서 시간이 갈수록 삼성전자와 TSMC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는 대형 고객사에게 일부 물량을 공급하는 데 만족하고 2나노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퀄컴은 지속적으로 ‘멀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는 점차적으로 물량을 늘려갈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경계현 사장도 파운드리사업 경쟁력 강화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올해 5월4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냉정히 얘기하면 4나노 기술력은 우리가 TSMC에 2년 정도 뒤처졌고 3나노는 길이 다르지만 (경쟁력 차원에서) 1년 정도 뒤처진 것 같다”며 “다만 2나노로 가면 TSMC도 GAA로 갈 텐데 그때가 되면 TSMC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