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 서두를 이유 없다, 경제성 낮고 정부 지원 불투명

▲ TSMC가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가동을 늦춘 이유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여러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가동 시기가 더 늦어지거나 정상적인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은 물론 미국 정부 지원 불확실성과 비효율적인 공급망, 전문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5일 경제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증권사 JP모건은 보고서를 내고 TSMC가 현재 애리조나 공장 가동 계획과 관련해 여러 약점을 안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TSMC는 당초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약 54조 원)를 들여 두 곳의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한 뒤 2024년부터 첫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현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가까이 늦췄다.

JP모건은 TSMC가 공장 가동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인력 확보 이외에 여러 경제적 문제와 비효율적인 공급망 구조에도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와 시기가 불투명하고 당분간 반도체 수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애리조나 공장의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신설하는 TSMC 등 기업에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지난해부터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 지원 대상 기업을 두고 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TSMC가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받을지, 언제부터 지원이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비용이 대만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받아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의 윤곽이 뚜렷해질 때까지 반도체공장 건설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은 TSMC가 최근 반도체 수요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수요 회복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 대규모 생산 투자를 지속한다면 공장 가동을 시작한 뒤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JP모건은 “TSMC가 애리조나 공장 가동을 가능한 이른 시일에 시작해야 할 이유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며 “반도체업황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배런스는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이 비효율적인 공급망 문제를 안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근본적인 약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애리조나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해도 이를 제품으로 가공하는 공정은 대부분 대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증권사 니덤의 분석을 인용해 “TSMC는 미국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서두를 만한 이유가 없다”며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적 환경을 고려해 내린 투자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