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GS, LS, LIG, LF, 아워홈 등 그룹들의 공통점은 LG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온 그룹이라는 것이다.
‘범LG가’로 불리는 이 그룹들에 얼마 전 또 하나의 그룹이 추가됐다. 바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5개 계열사를 가지고 나와 설립한 그룹, LX그룹이다.
LX그룹은 출범 2년 만에 재계 순위 44위로 뛰어올랐으며 자산총액은 3조 원 이상이 증가했고 계열사 역시 14개로 늘어났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LX세미콘은 국내 반도체 팹리스 기업 최초로 2022년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하는 쾌거도 이뤄냈다.
구본준 회장은 지난 35년 동안 LG그룹의 2인자로 활약하면서 굵직한 경영 성과를 만들어 왔다. 독한 승부사, 불도저 CEO 등의 별명이 붙어있을만큼 공격적 경영 스타일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회장은 LX그룹을 출범하면서 “1등 DNA를 LX그룹 전체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 직원들끼리 인사할 때도 “1등 합시다”라는 인사말을 사용하게 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과연
구본준 회장의 1등 리더십은 LX그룹에 어떤 역사를 쓰게 될까? 오늘은
구본준 회장의 리더십 비밀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 구본준의 1등 리더십과 ‘독기’ 경영,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반석 위에
구본준 회장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학 MBA를 거쳐 1985년 LG그룹에 입사했다.
학창시절 친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구본준 회장은 숫자에 밝고 사람들과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즐겼다. 이런 타고난 투사 기질은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구본준 회장은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인삼주 두 통을 담그면서 그 술의 이름을 ‘세계정복주’라고 붙였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확실한 1등을 달성하면 그 때 이 술을 개봉하자는 다짐을 담은 셈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5년, 구 회장과 임직원들은 결국 이 세계정복주를 개봉할 수 있었다.
LG디스플레이가 거둔 성과는
구본준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뚝심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구본준 회장은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파주에 대규모 LCD 생산단지를 조성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생산라인 증설이 필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LCD 시장의 침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를 두고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년 후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매출은 15억 원에서 10년이 채 되지 않아 무려 8조 원까지 성장했다.
이후
구본준 회장은 스마트폰 부진을 겪고있던 LG전자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취임 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실적 반등을 이끌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최종 철수하면서 이 사업은
구본준 회장 개인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하지만 LG전자에 남긴
구본준 회장의 진짜 족적은 따로 있다. 바로 전장 사업이다.
구본준 회장은 2013년 LG전자 산하에 C사업본부를 출범시키면서 글로벌 전장업체 ZKW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인수 금액만 무려 1조4400억 원에 이르는 LG그룹 사상 최고의 빅딜이었다.
구 회장의 승부수는 적중해 현재 전장사업은 LG전자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했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도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이 거둔 성과의 바탕에는 1등 지상주의, 그리고 소위 ‘독기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 임직원들에게 싸움닭이 되자, 독하게 마음먹고 1등이 되자는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불량제품을 부수는 장면을 직접 임직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직원들에게 ‘독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구 회장의 독기 경영은 경영 초기에는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직원의 결과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위를 살피지 않고 불같이 화를 내며 직원을 심하게 나무라는 등의 일도 잦았다.
이런
구본준 회장에게 도움을 준 것이 형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구본무 회장은 사람을 제대로 다루려면 뒤에서 챙겨주는 배려심도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구본준 회장을 야단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35년 만의 홀로서기, LX그룹에 설정한 구본준 회장의 두 가지 목표
무려 35년 만에 2인자 꼬리표를 뗀
구본준 회장은 두 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인수합병 광폭 행보를 통해 LX그룹의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구 회장의 첫 번째 목표는 친환경 신성장사업을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LX그룹의 주축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은 과거 LG상사였던 회사다. 하지만 기존 주력사업인 자원개발은 원자재 가격에 따라 업황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구 회장은 친환경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타워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LNG터미널 사업에 뛰어들고 SKC, 대상과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 합작법인을 만드는 등 LX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구 회장의 두 번째 목표는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도약이다.
LX그룹의 또다른 축인 LX세미콘은 국내 1위의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다. 특히 주력상품인 디스플레이 구동칩은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구본준 회장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전장용 반도체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디스플레이를 넘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은
구본준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구본준 회장은 1998년 LG반도체 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LG반도체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빅딜’ 정책의 일환으로 강제로 현대그룹에게 매각당해 현대반도체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현대반도체는 회사 이름을 다시 하이닉스로 바꿨으며, 이 회사가 2011년 SK그룹에 팔리면서 현재의 SK하이닉스가 됐다.
구본준 회장은 LG그룹에서도 알아주는 반도체 전문가였으며 LG반도체를 매우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LG반도체에 있던 연구 인력 일부가 설립한 회사가 실리콘웍스이며 이 회사는 2014년 LG그룹에 편입됐고, LX그룹이 독립하면서 LX그룹의 일부가 됐다. 못다한 반도체 꿈을 이루겠다는 구 회장의 집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X세미콘은 최근 과거 한식구였던 LG디스플레이를 향한 의존도를 줄이고 더 큰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기도 했다.
LX세미콘은 차세대 디스플레이구동칩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동맹을 통해 해외 반도체 골리앗들을 이기고 고객사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구본준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많다. 특히 재계 4위인 LG그룹 소속에서 신생 그룹인 LX로 소속이 바뀌면서 발생한 내부적 불만을 풀어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
최근 LX그룹은 신입, 경력사원들의 합숙 교육을 통해 고유의 조직문화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LX라는 이름으로 조직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진정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그룹의 미래를 바꾸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늦은 나이에 진짜 인생 2막을 연
구본준 회장,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경영인의 새로운 도전이 또 한번의 경영 신화를 써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조장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