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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언급만 36년, 75주년 제헌절에 다시 불 지핀 개헌 논의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3-07-16 13: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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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제75주년 제헌절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차원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개헌 언급만 36년, 75주년 제헌절에 다시 불 지핀 개헌 논의
김진표 국회의장이 7월4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헌75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해 “87년 헌법 체제로는 우리나라가 21세기 새로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며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국회 사무처에서도 개헌을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국회사무처는 13일 헌법 개정 등 대한민국의 헌정제도의 현황 및 자료를 하나의 홈페이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대한민국 헌정포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헌정포털 홈페이지는 앞으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그 과정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또한 국민 참여 게시판을 둬 국민이 헌법과 선거제도 등 헌정제도에 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대국민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올해 1월30일 국회에서 선거제 및 개헌 논의를 위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출범식을 열기도 했다. 이 모임은 현역 의원 121명의 참여로 출범했으며 7월4일 기준으로 144명의 국회의원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학계 및 국민들도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국회의장실이 제헌절을 앞둔 12일 개헌과 관련해 학자 및 언론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자 조사대상 10명 가운데 9명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8%가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적 논의가 있어야한다는 이유를 들며 개헌의 신속한 추진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개헌 자체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의장은 2월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과 의장단 만찬 당시 오간 발언을 언급하며 “개헌 이야기가 나오니 대통령이 바로 그걸 받아서 ‘개헌 필요합니다. 해야죠’라고 말했다”며 “‘내가 개인적으로 좀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개헌 언급만 36년, 75주년 제헌절에 다시 불 지핀 개헌 논의
▲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1월30일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회 차원의 개헌 노력과 학계·국민의 개헌 필요성 공감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가 꽃을 피우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갈등 국면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야가 현안, 민생법안, 정쟁거리를 두고 심각한 대립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헌법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정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선거구제를 놓고도 서로 의견이 달라 해결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가 더욱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14일 학술대회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이념의 차이를 넘어선 성숙한 정치적 합의, 그리고 국민적 통합의 경험이 필요하다”며 “개헌에 성공하면 통합의 경험이 우리 사회 갈등을 유능하게 풀어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내년 총선이 되기 전에 개헌을 완성시키기 위한 전략도 밝힌 바 있다.

그는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만으로 여야가 합의하면 정치적 부담이 크게 없기에 개헌을 내년 총선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나"며 "개헌에 필요한 실무적 준비는 갖춰져 있다. 선택과 결단만 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를 하는 것에 앞서 ‘정당 민주주의’부터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돈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한번 정부가 개헌을 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정당 민주주의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급하다. 그것은 헌법 개정 없이 법률 개정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이 개정된 1987년 이래 개헌 논의는 지난 36년 동안 실패를 거듭해왔다. 

개헌 논의가 처음 나온 것은 생각보다 이른 시점이다. 1990년 3당 합당 때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합당을 하며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개헌하는 방안을 합의한 비밀각서를 만든 바 있다.

다만 이 논의는 중앙일보의 보도로 해당 문서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흐지부지됐다.

그 뒤의 개헌논의는 현직 대통령이 임기가 마무리될 무렵 개헌을 선언해 논의가 진행되다가 다음 대통령이 당선되면 개헌 논의를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개헌 추진이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로 개헌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7년 1월 국회개헌특별위원회가 설치돼 개헌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회개헌특위는 개헌안 마련을 위해 기본권·총강, 경제재정, 지방분권, 정부형태, 정당선거, 사법부 등 6개 분과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다만 개헌특위의 활동은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까지 이르지 못하고 그저 개헌 관련 의제들을 한 번 더 논의하는 것에 그쳤다.

당시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그나마 진행되던 개헌 논의는 아예 멈춰버렸다.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회를 압박해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하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에 대통령 권한은 분산하고 국민주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야당을 설득하려 나섰다. 그러나 야당에서 ‘지방선거 이전 개헌은 제대로 된 숙의과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에 안된다’는 의견을 내세워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가지도 못 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2018년 5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정족수 3분의2를 채우지 못해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표결 참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12명, 무소속 2명 등 114명이 전부였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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