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7-10 1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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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민주당의 가짜뉴스에 책임에 돌렸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까지 흔들리고 있어 출구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 조사(3일 발표)와 비교해 2.9%포인트 하락한 39.1%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4주 만에 상승세가 꺾이며 30%대로 하락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과 공개와 여야 공방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의혹이 더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희룡 장관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발표한 뒤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 조금이라도 (김건희 여사 집안 땅과 관련해) 인지한 게 있었다면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6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때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질의 과정에서 경기 양평군에 있는 김건희 여사 집안 소유의 토지와 관련된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지자 ‘원 장관이 김건희 여사 집안의 땅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 아니냐’며 거짓말 의혹이 제기돼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
국민의힘은 원희룡 장관의 갑작스런 백지화 선언과 거짓말 의혹으로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에 역공을 펴며 수습방안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원희룡 장관의 전면 백지화 선언에서 한발 물러나 ‘민주당의 사과가 있다면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원 장관의 전면 백지화 선언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업 중단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미국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평고속도로 계획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똥볼을 찬 것”이라며 “완전히 가짜뉴스, 괴담을 만들어서 헛발질을 하다가 양평군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는 9일 양평군민들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고속도로 추진을 가로막는 행위를 모두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동균 전 양평군수와 친척들이 원안 종점 일대에 다수의 필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 소속 전 군수와 현 위원장 주도의 개발 계획을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로 둔갑시켰다”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국정농단 사례를 봐 왔지만 수조 원대 국책사업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옮기는 것 처음 봤다”며 “뻔뻔하게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옮겨 놓고는 문제를 제기하니까 이번에는 아예 백지화시키겠다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선까지 사태에 개입된 것인지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비리 의혹을 덮자고 국민을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왜 종점을 변경하려 한 것인지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가짜뉴스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원안이 변경된 이유를 국민과 양평군민에게 명명백백히 설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정동균 일가 필지 보유 논란을 놓고 “전형적인 물타기이고 다른 이슈를 가지고 덮으려 드는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은 의사결정 시스템이 단번에 무너져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강 대 강 대립구도로 나선 만큼 결국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원희룡 장관이 직접 나서 결자해지를 할 필요가 있단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역시 원희룡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대통령실은 9일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양평고속도로 백지화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장관의 상향 보고’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야당이 정치적 문제를 제기했고 양평군민의 목소리도 전달돼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며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일주일가량 자리를 비우는 정부여당의 상황을 고려해도 사태 해결의 열쇠는 결국 원희룡 장관이 쥐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은 10일부터 4박6일 일정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순방한다. 김 대표는 10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미국에 방문한다.
원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더욱 필요하다는 시선도 떠오른다. 비록 정치생명을 걸며 위기에 빠졌으나 돌파구를 찾는다면 대통령실에 충성도를 증명하는 동시에 책임장관으로서 문제해결 역량을 부각할 여지도 존재한다.
신평 변호사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수의 전사 원 장관이 보수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라며 “음모론에 의해 늪 속으로 점점 끌려들어 가던 여권을 일거에 구해낸 원 장관의 용기와 담력, 그리고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에 경의를 표한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원희룡 장관은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 논란’ 관련 현안질의에 나선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