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 출시가 연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첫 콘솔게임의 성공을 위해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TL 싸늘한 반응에 막판 다듬기, 김택진 첫 콘솔게임 성공에 총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신작 TL의 성공을 위해 출시 연기의 위험도 불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TL의 글로벌 배급사인 아마존게임즈는 글로벌테스트를 위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아마존게임즈는 TL의 북미, 남미, 유럽, 일본 등을 포함한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권역은 엔씨소프트가 직접 서비스한다.

엔씨소프트가 TL에 대한 출시 전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하나의 게임에 이용자 테스트만 세 번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초 2월21일부터 23일까지 이용자 100명과 미디어를 초청해 TL의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테스트에 ‘파이널’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로 출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5월에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TL을 다시 테스트했다. 5월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테스트에는 1만 명이 참가했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사내 및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더 객관적인 이용자 의견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베타테스트를 결정했다”며 “현재 버전을 숨김없이 이용자들에게 보여드릴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차 테스트에서 이용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다. 주로 전투의 타격감, 퀘스트 실행의 불편함, 초반 전투의 지루함 등이 지적됐다.

신작에 대한 이용자들의 실망은 엔씨소프트의 주가에 바로 반영됐다. 5월23일 38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한 엔씨소프트 주가는  테스트가 시작된 24일부터 연속 하락을 이어가 6월26일 30만 원까지 밀렸다.

대규모 테스트에서 여러 지적사항이 나온 만큼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게임에 반영한다면 게임 출시가 연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BT에서 언급된 단점을 보완해 출시하면 낮아진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다”면서도 “이번 평가를 토대로 보완이 필요해 출시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TL의 세 번째 테스트를 추진한다. 지난 두 번의 테스트와 다르게 콘솔 이용자도 대상에 포함해 피드백을 받는다.

5월 진행한 테스트 결과를 게임 개발에 반영하는데도 출시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세 번째 테스트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TL의 성공이 엔씨소프트에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TL은 엔씨소프트가 2012년 블레이드&소울 이후 11년 만에 개발하는 신규 지식재산(IP)인 동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콘솔 게임이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개발에 관여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TL을 통해 PC와 모바일에서 콘솔로 플랫폼 종류를 넓히며 서구권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TL을 필두로 성공적 플랫폼 다변화를 완수하고 비 MMORPG 신작 4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게임회사로의 더 확고한 도약“이라며 ”PC, 모바일에 이어 콘솔 플랫폼까지 확대해 엔씨소프트의 무대를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즉 TL은 엔씨소프트의 콘솔 게임 진출과 글로벌 게임회사로 도약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수령인 셈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개발에만 이미 10년 이상을 쏟아 부은 TL을 성급하게 출시해 흥행에 실패하는 것보다 조금 더 미루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부터 출시할 신작이라며 TL을 소개했다. 작년 4분기로 예상됐던 TL의 출시는 올해 상반기로 연기됐고 다시 하반기로 밀렸다. 그러나 글로벌 테스트까지 완료된 뒤 피드백을 반영한다면 내년까지 개발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테스트는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것이다”며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