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증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순조롭게 확보해 글로벌 확장 전략도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SK그룹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글로벌 생산능력과 더불어 자체 이익체력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온 투자금 확보해 자립 발판 마련, 최재원 2차전지 글로벌 확장 재시동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순조로운 자금조달에 힘입어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자립 기반도 든든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연초 제시한 7조 원 규모의 올해 투자계획에 충당하고도 남을 자금을 다양한 형태로 조달하게 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재무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게 됐다.

SK온은 최근 글로벌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1조2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중동 지역의 글로벌 재무적투자자들이 참여하는 MBK 컨소시엄으로부터 8억 달러(약 1조500억 원)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상업은행 사우디국립은행의 자회사 SNB캐피탈로부터 1억4400만 달러(약 1900억 원)을 유치했다. 

앞서 SK온은 올해 들어 3월까지 한투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을 통해 투자자금 1조2천억 원을 조달했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 원을 투자 받아 3조2천억 원을 확보했다. 

올해 상장 전 지분투자로만 4조4400억 원을 확보한 것이다. 이와 함께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도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SK온은 고객사이기도 한 현대차와 기아로부터 각각 1조2천억 원, 8천억 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채무보증을 선다.

게다가 KB국민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으며 최근 9억 달러(약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도 확정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과 동일한 신용등급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이에 따라 SK온은 모두 합쳐 7조6천억 원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올해 계획을 세웠던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현금을 넉넉히 마련했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2월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CAPEX)에 10조 원을 지출할 계획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7조 원은 SK온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장에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막대한 투자계획에도 불구하고 SK온이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과 차입 부담이 늘고 있다는 점, SK그룹의 재무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SK온의 현금흐름을 주시하고 있었다.

SK온은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단기차입금 규모는 5조3천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4조9천억 원)보다도 더 늘어났다. 대규모 투자 뒤 상당 시간이 소요된 뒤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배터리사업을 하는 SK온으로서는 단기차입금의 차환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SK그룹의 총차입금 역시 2022년 말 기준 104조7700억 원에 이르며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긴 상황이었다. 유사시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여력도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SK온이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원활한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자금난 관련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평가된다. 
 
SK온 투자금 확보해 자립 발판 마련, 최재원 2차전지 글로벌 확장 재시동

▲ SK온 NCM9 배터리.

최재원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자금 조달로 SK온의 자립 기반을 한 단계 더 강화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외부 투자자로부터 SK온의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인정받고 자금을 유치한 만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투자와 증설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도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등 역할이 적진 않지만 앞으로 SK온이 이익체력을 키워나가며 자립기반은 한층 더 단단해 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과 더불어 북미 증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터리 셀 제조사로 꼽힌다. 

SK온은 이미 조지아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공개된 추가 증설 계획을 반영하면 2025년 약 190GWh 생산능력이 더해져 210GWh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수 있다. 

비록 올해 영업흑자 전환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늘어나는 2차전지 수요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이 더해지며 앞으로 영업이익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도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SK온은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통상 제조업은 초기 4~5년은 적자를 보다가 이후 빠른 속도록 빛을 본다. 우리도 독립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SK온은 후발주자로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향후 3년간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실적 개선세가 유력하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SK온이 2023년까지는 영업손실 1170억 원을 내겠지만 2024년 영업이익 1조6천억 원을 거두며 흑자로 전환해 2025년 영업이익이 3조9천억 원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SK온의 영업이익률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첨단생산 제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2025년에도 6%대로 경쟁사들의 8% 안팎과 비교하면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역설적으로 2025년 이후에는 수익성 향상 여력이 가장 크다”고 파악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