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 놓고 캐나다 정부와 치킨게임, 미국 이전 검토

▲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캐나다에 설립하는 전기차 생산공장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이 캐나다에 설립하는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건설 작업을 중단한 모듈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투자 보조금 문제를 두고 마찰이 빚어지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아예 공장을 이전할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캐나다 지역언론 윈저스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는 미국 미시건주를 배터리 모듈공장 건설 후보지로 물색하고 있다.

윈저 투자당국 관계자는 윈저스타를 통해 “여러 출처를 통해 미시건주가 배터리 모듈 생산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온타리오주 윈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5조 원 이상을 들여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지역이다.

해당 공장은 최근 캐나다 정부와 재정 지원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며 건설 작업이 일부 중단됐다. 특히 배터리모듈 생산라인 구축 작업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캐나다 정부에서 배터리공장 건설에 처음 약속했던 만큼의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떠오르자 사측에서 공장 건설을 중단하는 강수를 둔 셈이다.

이번에 언급된 내용은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단순히 공장 건설을 늦추는 것을 넘어 배터리모듈 생산공장을 완전히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여러 개의 배터리셀을 하나의 패키지로 합친 모듈 형태로 탑재된다.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미국 공장에서 모듈로 조립하는 형태의 생산공정이 갖춰질 수 있다.

윈저스타는 “캐나다 지방정부와 넥스트스타에너지 사이 보조금 논의에 진전이 있었지만 모듈 생산공장에 대한 보조금은 아직 원활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이르면 5월 중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에 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CTV뉴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여당인 자유당 소속 하원의원 및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 등 관계자도 조속한 협상 타결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연방정부가 대규모 지원금 제공에 난색을 보인다면 배터리 모듈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일을 막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이 캐나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으로 공장 이전 가능성을 '협상카드'로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엔솔·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 놓고 캐나다 정부와 치킨게임, 미국 이전 검토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배터리공장.

윈저스타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당초 두 회사의 합작공장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금은 배터리셀과 모듈공장 건설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터리 생산공장에 제공하는 지원금이 과도하다는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고 재정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캐나다 정부는 다소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모듈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긴다면 정부가 제공해야 할 보조금 규모가 자연히 줄어들어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는 캐나다의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기회를 미국에 빼앗기는 셈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도 이미 현지 모듈공장 건설에 들인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미국으로 배터리 모듈공장 이전 방안이 실제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윈저 투자당국 관계자는 윈저스타를 통해 “모듈공장이 미국에 설립되는 것은 캐나다가 수백 명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친다는 의미”라며 캐나다 정부가 처음 내놓았던 지원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 배터리 생산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만큼 공장이 미국으로 이전되는 것은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모두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렉 쿠스미에르치크 온타리오주 하원의원은 “지금 협상 진전 상황은 매우 민감한 상태에 있다”며 “그러나 결국 협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윈저스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배터리 모듈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 시설도 미국으로 이전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캐나다 합작법인을 통해 이뤄지는 투자와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