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지분 매각에도 TSMC 전망 긍정적, 인공지능 반도체가 '기회'

▲ 대만 TSMC가 당분간 부진한 실적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반등에 힘입어 기업가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전망이 나온다.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위탁생산 주문량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내며 시설 투자도 대폭 축소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TSMC에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황이 현재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연말까지 업황이 점차 개선되며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이 반영됐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은 TSMC 주가 상승에 대체로 낙관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0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가운데 39명은 주식 ‘매수’ 또는 이와 동일한 등급의 투자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수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들이 최근 20년 이래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TSMC는 20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 추세가 지속되는 만큼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주요 외국언론에 따르면 TSMC는 현재 반도체 장비 주문량을 대폭 줄이는 등 첨단 파운드리 시설 투자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대부분 긍정적 투자 전망을 내놓은 배경은 TSMC 주가가 여전히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TSMC의 단기 실적보다 내년까지 중장기 성장 추세에 기대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증권사 서스퀘나는 TSMC가 올해 매출 반등에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수익성은 하반기부터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 성장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파운드리 업황 부진을 주도하던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 축소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도체 수요가 올해 상반기 안에 저점을 보인 뒤 회복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TSMC에 낙관적 시각을 제시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TSMC에 큰 성장 기회가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 열풍이 대형 IT기업들의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를 이끌면서 엔비디아와 같은 TSMC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수요 증가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TSMC의 주당순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 지표가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주가 반등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라고 바라봤다.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이 장기간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보면 단기 실적 부진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지나치게 커졌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워런 버핏 회장이 TSMC 지분을 대거 정리하기로 결정한 상황에도 거의 모든 증권사가 낙관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TSMC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했지만 수 개월만에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했다.

장기 투자 전략을 앞세우는 워런 버핏이 TSMC 주식을 단기간에 처분했다는 점은 그만큼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워런 버핏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TSMC가 여전히 사업적 측면에서 훌륭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TSMC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TSMC가 1분기 실적발표 뒤 올해 연간 실적 예상치를 대폭 낮춰 제시할 가능성도 당분간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TSMC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3월 매출은 이미 4년 만에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