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3-23 17: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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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아워홈에 3천억 원에 가까운 배당을 요구했다.
23일 아워홈에 따르면 아워홈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주주제안 안건 '배당 2966억 원 지급'을 4월 초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사진)이 회사에 배당 3천억 원을 요구했다.
아워홈과 같은 비상장사에서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제안을 하면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 안건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아워홈은 재무적으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아워홈이 2021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별도기준으로 1906억 원이다. 주주들에게 배당하려면 따로 돈을 구해야 한다.
아워홈 관계자는 "현재 주주제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것 이외에 드릴 만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과 반대로 배당 30억 원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아워홈이 낸 안건과 구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 가운데 어떤 안건이 승인될지는 미지수다.
아워홈 지분구조를 보면 고 구자학 전 회장의 자녀 1남 3녀가 전체 지분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첫째 딸 구미현씨가 19.28%, 둘째 딸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가 19.60%, 셋째 딸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20.67% 등이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씨의 협력관계가 공고하지만 둘의 지분을 더해도 40%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구미현씨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배당이 결정되는 셈이다.
구미현씨는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2017년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을 땐 구본성 전 부회장 편을 들었다. 이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에서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2019년에도 반격을 시도했지만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을 또 드는 바람에 아워홈 경영 복귀에 실패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매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맞서 힘을 합친 덕분에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다. 당시 세 자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틈을 타 기습적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에서 해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미현씨는 지난해 2월 보유하고 있는 아워홈 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나서며 구본성 전 부회장 측과 합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 구미현씨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현재 아워홈 지분 매각 과정은 진전이 없는데 구본성 전 부회장 측과 구미현씨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