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S그룹이 전기차부품 관련 신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하며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균형 있게 추진하며 시너지를 높이는 ‘양손잡이 경영’을 앞세우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신사업을 확대하는 데 기존사업의 이익체력이 뒷받침되고 있어 구 회장의 전략이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전기차부품 신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하며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17일 LS그룹에 따르면 LS전선을 비롯해 그룹 내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올해 본격적으로 전기차부품 사업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LS전선은 최근 미국 알루미늄협회로부터 자사 고강도 알루미늄 신소재에 관한 고유 합금번호(AA8031)를 받았다. 이 신소재는 강도를 높이면서 전도율도 개선하는 등 기존 알루미늄 소재의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LS전선은 알루미늄 소재 분야에서는 손자회사인 LS알스코와 협력한다. LS전선이 개발한 알루미늄 소재를 LS알스코가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전선의 도체를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꾸면 전선 무게가 40% 이상 가벼워지는 만큼 전비 개선 효과가 크다.
LS전선은 전기차 충전 분야에서도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자회사인 LS머트리얼즈와 협력하고 있다.
LS머트리얼즈는 전기차와 풍력발전 등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해 주는 보조 저장장치인 울트라커패시터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울트라커패시터는 고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영하 40도에서도 작동된다는 장점이 있어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를 보완해 줄 장치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LS전선은 초급속 충전케이블에 대한 미국 안전인증(UL)을 획득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더욱 단단히 했다.
이 밖에도 LS그룹은 전기차 구동장치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핵심 부품인 EV릴레이 등을 생산하는 LS이모빌리티솔루션, 전기차용 하네스(전기차의 전기 신호를 각 부품에 전달하는 배선) 등을 만드는 LS이브이코리아 등의 전기차부품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전기차 부품은 구자은 회장이 LS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연간 신규 판매량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6500만 대 이상으로 전체 완성차 시장의 6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보수적 시나리오인 현행 정책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30년 연간 3천만 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전기차 판매량이 약 600만 대 정도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9년 만에 적으면 5배 많으면 10배 확대되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전기차부품과 충전인프라 시장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S그룹이 전기차부품 사업에 대한 적시적기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힘쓰는 이유다.
LS그룹은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전기차부품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올해까지 멕시코 두랑고에 연면적 3만5천 ㎡ 규모의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2024년부터 EV릴레이, 배터리 전원 차단장치(BDU) 등 전기차 핵심부품 양산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전기차 분야가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소비 위축의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는 점은 구 회장으로서 우려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전기차시장 점유율 선두인 테슬라가 차량 가격을 최대 20%까지 낮추는 등 전기차시장에 경기침체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전기차부품 사업을 확장하려면 적잖은 투자금이 필요한데 올해 금융환경도 이전보다 비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따라 오르면서 투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버거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주력사업의 이익체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은 LS그룹이 전기차부품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이 효과를 발휘하는 지점으로 여겨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지주회사 LS의 2022년 실적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보면 매출 18조529억 원, 영업이익 7227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37.92%, 영업이익은 51.04%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좋은 실적은 기존 주력사업인 전선과 전력인프라 사업 등의 호조에 힘입은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경기침체에도 양호한 실적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선 분야만 놓고 봐도 대만, 유럽, 북미 중심으로 해저케이블 수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S의 주력계열사 LS전선은 신규 4공장이 올해 2분기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고 해저케이블 매출이 2024년에는 2021년보다 2배 가량 늘어난 7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구리 값 상승세도 LS그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S의 사업에서 구리는 가장 많은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다. 제품 가격이 구리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라 구리 가격이 올라가면 매출이 늘고 이익도 같이 늘어난다.
16일(현지 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톤 당 9145.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7월 7천 달러대에서 30% 가량 상승했다.
제프 쿠리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 글로벌본부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5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력 계열사 LSMnM(옛 LS니꼬동제련)도 올해 우호적 영업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으로서는 전기차부품 사업을 넓히는데 주력 계열사의 이익체력이 든든하게 여겨질 수 있는 셈이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현재 25조 원 자산 규모에서 2030년 두 배 성장한 자산 50조 원의 글로벌시장 선도그룹으로 거듭나자”며 전기차를 비롯한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8년 동안 20조 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