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만 판다, 제네시스 유럽 개척도 시험대

▲ 현대자동차 유럽법인이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전환이 빠른 노르웨이에서 올해부터 100% 전기차 라인업으로 판매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사전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유럽법인이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전환이 빠른 노르웨이에서 올해부터 100% 전기차 라인업으로 판매에 나선다.

기존 계획보다 10년 이상 시계를 앞당겨 100% 전동화 전략을 노르웨이에서 펼치는 셈인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 전략에서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글로벌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마크라인즈(Markline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브랜드는 폭스바겐으로 1만6039대가 팔려 점유율 11.9%를 보였다. 

2위는 테슬라 1만5898대(11.8%), 3위는 토요타 1만1354대(8.4%), 4위는 BMW 1만450대(7.8%)가 차지했다. 그 뒤를 5위 볼보(6.4%), 6위 아우디(6.1%), 7위 스코다(6.0%), 8위 현대차(5.7%), 9위 기아(3.4%) 10위 포드(3.1%)순으로 이었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자동차 누적판매에서 전기차는 10만5573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1만2952대를 기록해 전체 자동차 판매 가운데 각각 78.3%, 9.6%, 합산 87.9%의 점유율을 보였다. 가솔린차는 1.2%, 디젤차는 2.2%, 하이브리드차는 7.3%에 그쳤다.

이에 현대차 유럽법인은 2023년 1월1일부터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2035년 유럽 판매 라인업을 100% 전기차로 채울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보다 12년이나 앞서 노르웨이에서 100% 전동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동화 추세를 보이는 국가로 2025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체 전기 생산의 98%가 수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에서 충당되고 있어 전기차 전환의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다른 국가에서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체 자동차 생산 산업 생태계가 없어 고용 축소 등의 부담 없이 과감한 전기차 전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가장 선진적 전기차 시장으로 평가받는 노르웨이에서 한발 앞서 전기차 판매전략을 펼치며 본격화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교두보를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노르웨이를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진행한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 사전판매에서 초도물량 2500대를 첫날 완판한 바 있다. 

아이오닉6에 이어 코나 풀체인지 전기차 모델도 올해 노르웨이에서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나 전기차는 2018년 노르웨이 출시 뒤부터 인기모델로 자리잡아 올해 들어 11월까지도 2366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 15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내년 대형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이오닉7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 노르웨이에서 내년까지 소형SUV부터 세단, 대형SUV에 이르는 강력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유럽 정착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노르웨이의 1인당 명목GDP는 9만2645달러(약 1억1700만 원)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에 이은 세계 3위다. 같은 기간 한국(3만3591달러) 추정치의 2.76배에 달한다. 

이런 고소득 국가인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기도 높다. 

노르웨이 차량 판매량을 모델별로 분석한 인사이드EVs 집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판매 집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BMW의 전기차 모델인 i4 M50(960대)과 iX(907대)가 월간 판매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사이드EVs는 "일반적으로 노르웨이의 판매 최상위 모델들은 전기SUV로 가득차 있는데 그 중 다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제네시스는 2021년 5월 유럽시장에 진출한 뒤 올해 3년차를 맞고 있으나 아직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전 라인업을 전기차로 판매한다는 현대차의 전략에 발맞춰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로 프리미엄 브랜드 기반을 닦을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의 유럽 자동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각 차급별 판매 순위에서 제네시스는 GV60이 C(준중형급)-SUV 67개 모델 가운데 67위, GV70이 D(중형급)-SUV 29개 모델 가운데 27위에 머물렀다.

또 GV80이 E(준대형급)-SUV 24개 모델 가운데 21위, G70은 D(중형)-세그먼트 24개 모델 가운데 24위, G80이 E(준대형)-세그먼트 17개 모델 가운데 17위를 기록하며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다만 최근 제네시스가 유럽에 잇따라 내놓은 전기차들이 이 지역 자동차 전문지의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전기차 판매로 승부수를 거는 노르웨이를 거점으로 반등을 노릴 수 있어 보인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은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빌트의 전기차 비교평가에서 테슬라 모델Y와 포드 머스탱 마하-E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우토빌트는 독일 3대 자동차 매거진 가운데 하나로 유럽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로 평가받는다. 이 평가에서 GV70 전동화모델이 앞지른 테슬라 모델Y는 지난해 11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254% 증가하며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한 모델이다. 모델Y는 지난해 1~11월 노르웨이 누적판매 순위에서도 1만2832대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제네시스 GV60은 최근 프리미엄 부문 '독일 올해의 차(GCOTY)'에 선정됐다. GCOTY는 약 30명의 배심원단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5개 등급에서 우승 차량을 선정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6월 유럽시장에 GV60과 G80 전동화모델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GV70 전동화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노르웨이에서 2020년부터 이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모델만을 판매해왔다. 올해 처음 100% 전기차 신차 판매를 시작하는 노르웨이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유럽 전기차 시장 선점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제네시스는 2025년 전 라인업을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노르웨이 시장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마스 로스볼드 현대차 노르웨이 상무이사는 "현대차는 완전 신차인 아이오닉6를 출시하며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만 판매할 때를 맞았다"며 "아이오닉5와 코나 전기차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차로 자리매김 했고 현대차의 전기차는 미래에도 성공을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