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잇단 악재 '브레이크', 현대차그룹 전기차 추격 엑셀 밟는다

▲ 현대차그룹은 2023년 가격경쟁력과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선두 테슬라를 추격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5(왼쪽)와 기아 EV6.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테슬라가 잇따른 사고와 논란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23년 현대차그룹은 가격경쟁력과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선두 테슬라를 추격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CNN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테슬라가 자율주행 관련 사고, 생산 중단, 수요 둔화 등 각종 악재에 직면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테슬라가 자랑하던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최근 약 1년간 발생한 자율주행 관련 사고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테슬라 전기차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NHTSA는 테슬라 '모델S'가 급제동하며 발생한 8중 추돌 사고와 관련해 최근 특별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생산 차질도 문제다.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물량 가운데 약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선 연말연시 예년과 달리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 로이터통신은 12월24일부터 1월1일까지 생산 중단에 들어갔던 테슬라가 1월20일부터 31일까지 중국 춘제(중국 설, 20~27일) 연휴를 연장해 또다시 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원자재 가격을 즉각 차 값에 반영해 잦은 가격 인상으로 원성을 샀는데 미국에서는 최근 일부 모델에 7500달러(약 1천만 원)에 이르는 할인에 나서기도 했다. 

상하이 공장 감산과 테슬라의 파격적 할인 소식은 테슬라 전기차를 향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에 불을 지폈다. 나스닥에서 테슬라 주가는 100달러 대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2022년 초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테슬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미산 전기차에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은 전기차 보급을 촉진해 테슬라가 더 이상 특별해 보이지 않게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안마당인 미국에서 압도적이었던 테슬라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빠지고 있는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라인업이 증가하는 내년에는 이런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미국 전기차 누적판매량에서 65%를 보인 테슬라의 점유율이 2025년에는 2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 79%, 2021년 71%였던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앞으로 빠르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2013년 6월 모델S, 2015년 9월 모델X, 2017년 7월 모델3, 2019년 3월 모델Y를 내놓은 뒤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년 상용 모델인 사이버트럭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나 승용모델은 2025년까지 현재 4개 라인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년이면 다수의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테슬라보다 다양한 모델들을 갖추고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과 같이 선도업체로서 테슬라의 차별성이 크게 퇴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현재 아이오닉5, G80 전동화모델, GV60, GV70 전동화모델 등 이미 4개 전기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초 아이오닉6 미국 판매를 시작하는 데 이어 소형SUV 코나EV와 2024년 대형SUV 아이오닉7도 전기차 라인업에 추가된다.

기아도 현재 EV6, 니로EV로 이뤄진 라인업에 2023년 EV9, 2024년에는 EV4, EV7을 출시해 5개의 전기차 모델을 갖추게 된다. 

GM은 쉐보레 브랜드의 볼트EV와 볼트EUV(전기스포츠유틸리티 차량)로 전기차 시장에 대응해 왔는데 2023년에만 이쿼녹스EV, 픽업트럭 실버라도EV, 블레이저EV 등 3차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폭스바겐은 ID.3, ID.4에 이어 올해 ID.버즈와 ID.에어로를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특히 현대차그룹은 E-GMP로 빠르게 전용전기차 플랫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빠지는 테슬라의 점유율을 잡아채는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콕스오토모티브 통계에서 현대차그룹은 2022년 1~9월 미국 전기차 판매 상위 20위 안에 4개 차종의 이름을 올렸다. 이는 테슬라와 동률로 기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의 아이오닉5와 EV6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대에서 자동차 관련 상을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차'를,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현대차그룹은 3대 올해의 자동차 시상식에서 전기차로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은 미국 시장에서 우수한 가격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기본가격이 4만 달러 후반에서 시작하는 모델3를 제외한 모든 차종 가격이 5만 달러를 넘어서는 반면 미국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판매가격은 4만1450달러, EV6는 4만8500달러부터 시작한다.

내연기관차 파생모델인 니로EV와 코나EV의 미국 판매가격은 3만 달러대에서 시작해 더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시행에도 아직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GM, 포드 등 미국 브랜드와 가격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체 보조금 7500달러 가운데 절반을 지급하는 요건인 핵심광물 원산지 비율은 미국 현지 브랜드들도 대부분 충족하지 못해 실질적 차이는 3천 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초 아이오닉6 미국 판매를 시작하고 기아도 대형 전기SUV EV9을 내놓으며 테슬라 입지가 벌어지는 틈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은 2025년인데 이는 테슬라 점유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시장 성공 요인은 전장 기능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만족도에 있다"며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3위 그룹에 있지만 2023년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70% 이상 고성장 하는데 힘입어 2위그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