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세탁기 강화유리 폭발 사고에 이어 리콜명령까지 받으며 가전 브랜드 이미지에 금이 가게 생겼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사임한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대신해 생활가전사업부를 함께 맡고 있는데 조직 내 사기까지 크게 떨어져 있어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데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세탁기 품질문제 골머리, 내부 분위기 다잡기도 시급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삼성전자 세탁기 품질논란과 직원들의 처우문제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삼성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격려금을 내세우며 인력수급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 역풍을 맞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채용공고를 사내 게시판에 띄워 부서를 옮긴 직원에게는 특별인센티브 2천만 원을 지급하고 3년 뒤 기존 사업부로 복귀할 수 있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생활가전 사업부 내부에서는 별다른 내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사 측이 결정하고 발표한 것뿐만 아니라 이번 처우 자체가 생활가전사업부의 위상을 낮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에 불만을 지닌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세탁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라는 리콜명령까지 나오면서 생활가전 사업부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금이 가 사내 분위기가 더욱 좋지 않게 흘러가게 됐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최근 화재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초고속세척기능이 들어가 있는 삼성전자 통돌이(탑로더) 세탁기 모델 66만3500대를 리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문제가 된 삼성전자 통돌이 세탁기와 관련한 연기, 녹아내림, 과열, 화재에 대한 신고가 모두 51건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탁기에서 나온 연기를 흡입해 부상은 입은 사람은 3명으로 보고됐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와 관려해 웹사이트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객의 삶을 향상시키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올해 8월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세탁기에서 강화 유리문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 소비자들이 놀라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무상점검과 교환을 실시했다. 당시 문제는 드럼세탁기 일부 모델에서 강화유리문의 접착불량으로 동작 중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이재승 전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와 같은 세탁기 품질논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식적 사임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로 알려져 있다. 

한 부회장으로서는 생활가전 사업부 내부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절실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품질논란을 잠재워야 할 뿐만 아니라 사기가 악화된 생활가전 사업부 직원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2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를 혁신하고 생활가전 사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내부 연구소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가전연구팀을 최근 신설하고 이준현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장 부사장에게 지휘를 맡겼다.

삼성리서치는 2017년 11월 출범한 글로벌 연구조직으로 약 1만 명의 직원을 통해 로봇과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리서치 안에 생활가전 전담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놓고 전자업계에서는 최근 전담 사업부장이 없는 생활가전사업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연구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가전 사업부 임직원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직개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달 초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사업부에 내부 인력충원 공고가 올라온 것을 문제 삼아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한 부회장과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 부회장과 면담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삼성전자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전자 사측이 생활가전 사업부 직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 인력충원 발표로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며 “한 부회장과 면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