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혁신’을 앞세워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에 칼바람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국토부 산하기관에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 3명이 줄줄이 임기 도중 자진사퇴했는데 이번에는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해임될 처지에 놓였다.
▲ 국토교통부가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의 해임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3일 정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최근 한국철도공사를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를 마무리하면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나 사장 해임을 건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끝날 무렵인 2021년 11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돼 아직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있다.
하지만 올해 3월 대전 열차 검수고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부터 재임기간 동안 산업재해 사망사고 4건, 열차 탈선사고 14건 등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원 장관은 지난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국철도공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원 장관은 11월11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오봉역 노동자 사망사고를 두고 관리감독 역할을 해야 할 국토부가 노동자를 탓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국토부의 반대에도 (한국철도공사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에 그대로 굴복해 근무조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어 “이런 구조적 문제와 리더십의 문제가 해결돼야 새로운 조치가 가능하다”며 “무능한 리더십이 버티고 있는데 무슨 조치가 들어가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나 사장을 향해 직접적으로 “하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6월 ‘202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최저 등급인 ‘아주미흡(E)’을 받았다. 아주미흡 등급은 기관장 해임 건의 요건이지만 나 사장은 재임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해임 건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기관장이 중대재해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해임 건의가 가능하다.
나 사장은 현재 3월 대전 열차 검수고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9월 고양시 정발산역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를 놓고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와 정발산역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사장 자리가 대대로 정치권의 ‘입김’이 강한 자리라는 점에서도 나 사장 해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철도공사 사장 자리는 매번 국토부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이 차지해 왔고 새 정부 출범 등 정치권 상황에 따라 유독 부침이 심했다.
철도청이 2005년 한국철도공사로 출범한 뒤 역대 사장 9명이 모두 3년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나 사장은 연구원 출신 사장으로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나 사장은 1997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입사한 뒤 2021년 원장으로 임기를 마칠 때까지 쭉 연구자로 길을 걸어왔다.
다만 남북철도사업단장 등을 맡아 남북철도 연결과 관련 활발히 활동해 왔고 2019년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과학분과위원회 상임위원을 맡는 등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원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주문을 실행에 옮기는 데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 왔다.
원 장관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과 기관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감찰을 단행하면서 8월에는 김현준 토지주택공사 사장, 9월에는 김진숙 도로공사 사장, 10월에는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등 이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들을 끌어내렸다.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야권에서는 원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기관 혁신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물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한국철도공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함께 원 장관이 다음 ‘타깃’으로 벼르고 있는 기관으로 꼽혀왔다.
원 장관은 앞서 6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혁신이 필요한 공공기관은 토지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라고 못박아 말하기도 했다.
나 사장은 2021년 11월26일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손병석 전 사장이 경영관리부문 성과 부진을 이유로 7월에 사임한 뒤 4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자리를 맡았다.
나 사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철도안전 강화, 경영위기 극복, 남북철도 연결 등을 주요 경영과제로 제시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