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반도체기업들의 ‘탈대만화’가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탈대만화란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을 뜻한다.
▲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이 대만을 빠져나가는 '탈대만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TSMC 본사건물.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최근 대만 내부에서 탈대만화에 따른 인력유출 등 반도체산업 ‘공동화’ 현상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탈대만화는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이룬 뒤 대만 합병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성도 심해지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내세우며 동맹국 기업들에게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은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섰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2021년 첫 삽을 뜬 공장은 2024년부터 첨단 5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 또 일본 전자기업 소니와 70억 달러를 합자해 일본 큐슈 쿠마모토현에 7나노 반도체 생산시설을 지어 2024년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이에 대만 내부에선 ‘탈대만화’에 따른 인력과 기술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TSMC는 피닉스시 공장 부지에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옮겼으며 2022년 11월엔 1천 명 규모의 고급 기술자를 배치했다.
또 2022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은 TSMC가 일본에 추가 생산시설을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리꿰이민(李貴敏) 대만 제 1야당 국민당 의원은 2022년 11월 “대만 이공계 명문대를 졸업한 이들이 외국 산업에 봉사하고 있다”며 “왜 죽 쒀서 남을 주냐”고 꼬집었다.
이를 놓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만 반도체 업계 경영자와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탈대만화’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고 보도했다.
료우드어인(劉德音) TSMC 회장은 “아직 5만 명의 TSMC 기술자들이 대만 섬 내에 남아있다”며 “해외로 나간 기술자들은 TSMC의 글로벌 확장 정책의 일부일 뿐 인재 유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인재 고갈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아서 딩 대만 국립정치대학 명예교수도 “TSMC가 생산시설을 다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로 중국의 대만 침공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거나 봉쇄하면 대만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 노동력과 부지의 확보이다. 딩 교수는 “다른 대만 여러 산업과 마찬가지로 TSMC도 노동력과 토지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대만에서만 반도체를 생산하면 영업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대만에 지진이 잦은 점을 들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지진이 더욱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쑤즈윈(蘇紫雲) 대만 국책 국방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TSMC 반도체 생산의 90%는 대만 내에서 이루어진다”며 “지난 40년 동안 TSMC가 쌓아온 기술과 자본을 생각하면 ‘공동화’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