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TV용 LCD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이번 연말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는데 적자 늪에 빠진 LG디스플레이를 살리기 위해 인력조정과 사업구조 개편 작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자구책 불가피, 재신임 정호영 TV용 LCD 철수 속도 낸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LCD 사업에서 철수하는데 속도를 더해 올레드 중심의 사업구조 확립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LG디스플레이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임직원의 전환배치와 함께 TV용 LCD 패널 국내생산 종료시점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로 기존 계획보다 6개월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받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LCD 패널 시장에서 저가 물량공세에 나서면서 수익을 낼 여지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LG디스플레이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실적 전망치에서 LCD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지만 업황과 경영사정을 고려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여겨진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6월 LCD사업을 완전히 종료한 것과도 대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7593억 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봤다. 부채비율도 181%, 총차입금의존도도 38.3%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부채비율은 22.5%포인트 높아졌고 총차입금의존도 역시 5%포인트가량 늘었다.

정 사장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TV용 LCD사업 철수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레드(OLED)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실시해 본격적으로 군살 줄이기와 생산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시설투자규모를 연초 계획 대비 1조 원 이상 줄이고 내년에도 감가상각비의 절반수준에서 투자가 집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안팎에서는 정 사장의 인력 재조정과 사업장 재편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경기 파주에 위치한 P7·P8 LCD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량 조정을 진행하면서 단기 계약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올해 11월부터 내년 초까지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 사장은 최근 열린 내부행사인 ‘타운홀 미팅’에서 파주 P7 LCD공장과 광저우 올레드 패널 생산공장의 생산능력을 당분간 줄여 운영하고 LCD를 생산하는 구미 P6E공장도 2024년 말까지 운영이라는 애초 계획을 수정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폐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사업계획을 공유하면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TV용 LCD 생산공장을 폐쇄하면서 LG이노텍 등 영업성과가 좋은 계열사에 설비와 부지를 넘기는 방식으로 유동성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아울러 올레드 생산과정에서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파주 올레드 공장의 설비 일부를 중국 광저우 공장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레드 중심의 생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사장은 LG이노텍, LG전자,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사항을 전달했고 어제 사내 메일을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환배치 시점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이뤄지는 것으로 대략 200~300명 수준의 인력이동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 재배치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상호 인적 교류를 통해 이뤄질 수 있지만 한 계열사의 인원이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조치가 아니라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줌으로써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모색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