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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 '낙하산 행장' 강력히 반대, "정권 바뀌었어도 약속 지켜야"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2-11-16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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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 '낙하산 행장' 강력히 반대, "정권 바뀌었어도 약속 지켜야"
▲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16일 오후 2시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행장 선임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3년이 지난 지금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사라졌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신임 행장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1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2020년 윤종원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임명됐을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일방적 행장 임명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 행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결정되자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교체됐다고 하더라도 금융위원회는 당시 노사간 합의사항이기도 한 행장 선임 절차의 투명하고 공정한 진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을 감시하고 감독하던 금감원장 출신이 행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상황은 상식과 공정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임명을 강행한다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지난 27일간의 출근저지 투쟁을 넘어서는 극한 대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업은행장 인선 작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노조가 정부를 향해 관료 출신 행장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내부 출신이 행장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앞서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이 오기 전에 조준희 전 행장과 권선주 전 행장, 김도진 전 행장 등 세 차례 연속으로 내부 출신을 행장으로 맞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전국 수백 곳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어 은행업에 대해 깊은 이해와 명확한 비전을 가진 인물이 차기 행장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내부출신 행장을 원한다는 답변을 내놨다는 결과를 공개하며 내부출신이 차기 행장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기업은행 직원들은 차기 행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 ‘기업은행에 대한 전문성’과 ‘충성도’를 꼽았다. 반면 외부출신 행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조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친정부 정책 추진’이라고 답변했다.

최근 기업은행처럼 공공은행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과 Sh수협은행에는 내부출신이 행장으로 정해졌다.

다만 이 두 은행에서 내부출신이 나온 것은 다른 사정도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어 기업은행 노동조합의 기대와 달리 차기 기업은행장에 외부출신이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첫 내부출신 행장인 윤희성 행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Sh수협은행은 최근 정부의 공적자금을 완전히 상환하면서 정부의 간섭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은행은 5곳 자회사 대표들의 선임도 앞두고 있어 행장 인선을 두고 정부의 입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차기 기업은행장에 내부출신으로는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이사,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이사가 거명되고 있으며 외부인사로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과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다음은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차기 기업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 그동안 매번 출근저지를 해도 결국 모두 행장으로 취임해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나, 출근저지가 낙하산을 막기 위한 효과적 방식이 될 수 있겠는가

“노동자들이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3년 전에 임원 선임 절차의 개선이나 낙하산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기는 했지만 정부부처의 수장이 바뀌면서 또 이러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금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제기를 위한 방편으로서 출근저지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 내부출신이 아니더라도 기업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외부출신이 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기업은행은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비해 정책금융 기능이 크지는 않다. 사실상 4대 은행과 경쟁하는 시중은행으로 일반 소비자들은 바라보고 있다.

1만4천 명의 대형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조직 특성을 이해하고 기업은행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행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 낙하산 행장들의 사례를 보아도 노사관계의 파탄,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정책금융 가운데 기업은행에 부여된 임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줄 역할인데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특성을 잘 알고 조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이러한 정책금융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부인사가 와서 내부를 추스르고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

-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오히려 관료 출신이 적합하지 않나  

“기업은행은 4대 시중은행처럼 영업력에 훨씬 비중이 큰 은행이기 때문에 은행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은행장으로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만약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기업은행장으로 오게 된다면 어떠한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지금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데 감독기관장이었던 사람이 행장으로 오면 소비자와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과연 기업은행에서 하는 일에 대해 감독기관에서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이해상충 문제가 고스란히 남는다.

금융감독원이 일반 직원에게도 엄격한 취업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피감기관과 벌어질 수 있는 유착과 비리, 청탁을 하는 일을 제한하는 것이다. 

직원도 이런데 감독기관장이 피감기관장이 왔을 때 이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겠느냐. 앞으로 금융감독원에 있는 실무자들이 기업은행을 감사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 감사 결과를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감독기관장이 피감기관장으로 온다는 것은 상식이나 공정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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