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시장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것과 달리 TSMC는 역대 최고 실적을 또 경신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2023년 메모리보다는 파운드리 첨단공정에 더 집중투자해 사이클에 의존하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약점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TSMC 실적 가른 파운드리, 경계현 첨단공정에서 승부 본다

▲ 삼성전자와 TSMC의 2022년 실적 희비가 엇갈리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2022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 1위 자리도 TSMC에게 내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반도체에서만 매출 94조 원을 올려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판매한 기업에 등극했다.

하지만 올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김광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삼성전자 DS부문이 매출 101조4220억 원, 영업이익 27조9천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8% 정도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감소하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자인 TSMC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TSMC는 2022년 들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1조6383억 대만 달러(약 72조9043억 원), 영업이익 7972억 대만달러(약 36조4674억 원)를 거두며 이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를 넘어섰다.

TSMC가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99억 달러~207억 달러(약 28조2900억 원~29조4200억 원)를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처음으로 매출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TSMC의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최근 둔화되는 것과 달리 TSMC의 주력 사업인 파운드리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메모리반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는데 2022년에는 4분의 3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향후 몇 년 안에는 시장 규모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2년 805억 달러에서 2023년 873억 달러로 8.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메모리반도체인 D램 시장 규모는 903억 달러에서 759억 달러로 16%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률 측면에서도 파운드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30% 수준인 반면 파운드리만 하는 TSMC의 영업이익률은 50%에 이른다.

파운드리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업황 사이클에 따른 영향도 적다.

파운드리는 대부분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이어서 실적 안정성이 높다.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소매대리점에서 유통되는 물량도 존재하고 수요보다 생산량이 높아지면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할 수 있어 3~4년을 주기로 슈퍼사이클(호황기)과 다운사이클(침체기)을 오간다.

삼성전자가 2017년 파운드리사업팀을 독자적인 사업부로 분리해 승격하며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이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실적 가른 파운드리, 경계현 첨단공정에서 승부 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전체 매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할 방법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모습.

경계현 사장은 향후 몇 년 동안 메모리반도체보다 파운드리에 더 집중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는 현재 공급 과잉 상태로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의 감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이유가 줄었다. 반면 파운드리는 아직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생산설비를 더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파운드리는 메모리와 달리 대규모 설비를 구축해 제 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줘야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대형 고객사들을 다수 확보하기에는 부족한 상태로 평가된다.

경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파운드리는 마치 호텔 사업처럼 캐파(생산능력)를 먼저 확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이 중요한데 삼성전자가 그 부분에서 다소 부족했다”며 “전체 매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몇 년 동안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뒤 점유율을 자연스럽게 높이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도 첨단공정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경기 민감도가 큰 회사로 사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력한 파운드리에서 시장의 우려 대비 순항하고 있다”며 “장기계약(LTA) 비중이 높은 파운드리 첨단공정에서 생산능력(CAPA)를 확대하고 사업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