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10-18 09:30:0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영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온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영국 금융시장이 이번 감세안 철회로 안정을 회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레임덕 현상이 현실화하면 영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영국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바라봤다.
▲ 18일 하이투자증권은 영국의 감세안 철회에도 금융시장 불안요소는 여전한 것으로 바라봤다. 사진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제레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트러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기본소득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미국 뉴욕증시가 반등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트러스 총리가 주요 정책의 번복으로 취임 한 달 만에 실각 가능성이 나오는 등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어 향후 영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박 연구원은 “트러스 정부가 오락가락 정책 횡보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지 미지수”라며 “무엇보다 국채가격 및 파운드화 가치 급락이 궁극적으로 영국정부 부채급증, 에너지가격 폭등 등에 따른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 확대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국 금융시장이 근본적 안정을 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번 영국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 정책 사안은 각국의 부채리스크에 대한 세계 금융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요 선진국의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는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잘 보여줬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확대 재정정책은 국채시장의 발작을 불러올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 내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금리를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는 언제든 금융시장의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달러화 강세 흐름에 따른 글로벌 외환시장 동요에도 세계 주요국의 정책 공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박 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에 ‘실수’라고 평가하는 동시에 세계적 인플레이션 속 다른 국가의 재정정책이 미국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며 “미국은 글로벌 정책 공조와 달러 약세 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기 이전까지 당분간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글로벌 주요국의 정책 공조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세계 주요국들의 각자도생의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