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급속도로 얼어붙은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가 유통업계에도 불고 있다.

유통 대기업 계열사들은 대내외 악재 속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무리한 상장보다 먼저 위축된 실적 회복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9월] 유통가에 불어닥친 'IPO 한파', 이커머스는 눈치싸움

▲ 유통업계에서 주요 그룹들이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반면 이커머스업계의 기업공개(IPO)는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모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은 몸값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도 상장을 강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 숨 고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그룹 계열사 CJ올리브영은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단 상장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해왔다. 기업가치가 최대 5조 원까지 평가되며 올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상장 중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SSG닷컴도 지난해 10월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준비를 해왔다. SSG닷컴은 구체적인 상장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시기를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SSG닷컴은 지난해 5조 7천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 풋옵션 조항을 이미 충족시켜 상장 시기에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 역시 롯데호텔 상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롯데호텔 상장은 지주사 전환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장 준비 작업을 해왔는데 호텔롯데 면세사업 부진 장기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때문에 일정 연기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업계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데스크리포트 9월] 유통가에 불어닥친 'IPO 한파', 이커머스는 눈치싸움

▲ 컬리는 8월22일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상장 주관사단과 공모일정을 합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다. 컬리는 8월22일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상장 주관사단과 공모일정을 합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치지 못하면 다시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컬리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4조 원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장에선 자산이나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평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2조 원에도 못 미치는 1조 8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재 기업공개 계획을 발표하고 주관사 선정을 마친 이커머스 기업으로는 오아시스마켓과 11번가 등이 있다. 

오아시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경기도 의왕시 스마트 풀필먼트센터 확대, KT알파와 공동합작법인 '오아시스알파' 설립 등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증권신고서를 준비하고 올해 말 상장 일정을 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1번가는 주관사를 확정하며 내년도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8월24일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공동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이커머스업계는 컬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컬리의 상장 심사를 반면교사 삼아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 불황과 금리 인상으로 비상장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흥행을 쉽게 점칠 수 없어서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