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7월 쌍용자동차의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토레스가 출시된다.

쌍용차는 2019년 무쏘 부활 프로젝트로 알려진 'J100'을 준비해왔다. J100은 무쏘를 그리워하는 차주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무쏘는 쌍용의 전성기를 이끌며 9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 정통SUV다.

다만 J100의 이름으로는 무쏘(코뿔소) 대신 토레스(거탑)가 채택됐는데 쌍용차의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에서 렉스턴의 현지 이름이 무쏘인 까닭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정통 SUV 제조사 쌍용차가 저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쌍용차는 한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기업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쌍용차는 제품면에서는 정통SUV라고도 하는 하드코어SUV 분야에 특화됐으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SUV 소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보통 차량제조사들이 승용차부터 SUV까지 다양한 차종을 만드는 것과 달리 쌍용차는 소형과 중형, 준대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SUV 포트폴리오만을 보유하고 있다.

구동방식에서도 연비보다는 힘을 강조하고 상시 4륜 구동, 파트타임 4륜 구동 등의 여러 선택지를 제공한다.

차량이름을 보면 무쏘(코뿔소의 순 우리말인 ‘무소’) 코란도(코리안캔두) 렉스턴(왕가의 품격)과 같이 남성적 분위기를 내는 제품들이 많다. 픽업트럭인 렉스턴스포츠 칸(족장)은 화물칸에 도끼 거치대를 만들어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정통SUV라고 한다면 감성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SUV 차주들이 쌍용차의 팬이 되는 데는 가성비도 한몫을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SUV의 가격대를 보면 가족과 럭셔리에 초점을 맞춰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특히 해외 제조사들을 보면 지프, 벤츠, 레인지로버 등 그야말로 억 소리나는 브랜드들뿐이라 쌍용차의 존재가 고마울 수 있다.

정통SUV의 용도에는 레저(캠핑)도 있지만 산업용(농업, 차량정비)도 많기 때문에 힘, 공간성 등과 함께 가격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쌍용차의 장점을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데 렉스턴의 픽업트럭 모델 렉스턴스포츠는 유럽시장에서 베스트 픽업트럭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성비 좋고 힘 좋은 SUV를 원하는 분야에는 군대도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2012년부터 쌍용차 코란도와 렉스턴을 군용차로 채택한 뒤 10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만큼 SUV를 이해하고 가격까지 맞춰주는 회사가 잘 없기 때문에 차주들은 ‘쌍용차는 좋은 주인만 만나면 살아날 수 있는 회사'라는 평가를 내놓는 것일 수 있다.

이렇듯 쌍용차가 가성비 좋은 SUV 전문회사라는 포지션으로 60년을 버텼지만 내연기관시대의 이점을 전기차시대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전기차의 3요소라고 하는 배터리, 파워트레인, 플랫폼이다. 

배터리야 워낙 내재화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해도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기술력 부재는 심각한 약점이 될 수 있다.

쌍용차는 오랜 경영난으로 전기차 개발에서 손을 놓으면서 전기차의 3요소 가운데 어느 것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 새 전기차를 만들려면 차량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플랫폼만큼은 내재화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내연기관 플랫폼을 고쳐서 쓴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2022년 초 내놓은 첫 전기차 코란도이모션에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적용했다가 경쟁사와 비교해 부족한 주행거리와 만듦새를 드러내면서 체면을 구겼다. 현재 코란도이모션은 배터리 수급 문제로 생산과 주문이 모두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통SUV 감성을 전기차로 들고간다는 쌍용차의 전략에 의문이 생기는 원인이다.

전기차 경쟁에서는 현대차든 벤츠든 테슬라든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해 공평한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 동안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특히나 쌍용차는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해 전기차 경쟁력을 충분히 쌓지 못한 만큼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자동차 브랜드는 한때 5곳이나 됐는데 이제는 3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 5곳 가운데 하나였던 쌍용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외국계 자본들을 거치며 수난을 겪어왔다.

오랜 경영난으로 빚 규모가 최대 1조 원 대라 투자기피 대상이 아닐까 싶지만 여전히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쌍용차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보는 것일까?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