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3자물류 사업 확대 자신, 김슬아 마켓컬리 7년 노하우 총동원

김슬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김슬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가 3자물류 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다.

3자물류는 제품 생산자들이 물류 관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의 과정을 전문 배송기업에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마켓컬리 운영 7년 동안 쌓아온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쿠팡, SSG닷컴, 오아시스 등 신선식품 배송을 강화하는 경쟁자와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23일 컬리에 따르면 최근 김슬아 대표와 송승환 컬리넥스트마일 대표이사 등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16일 온라인으로 ‘2022 컬리 넥스트마일 웨비나’가 열렸다.

행사는 컬리의 미래 물류사업과 관련한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웨비나에는 컬리 임직원을 포함해 컬리의 물류사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에서 라스트마일이 갖는 의미와 컬리넥스트마일이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약 15분 동안 강연했다.

라스트마일은 최근 수 년 사이 유통물류업계의 최대 화두가 된 개념으로 원래 뜻은 '사형수가 형장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을 말한다. 유통물류업계에서는 '배송단계 가운데 소비자와 배송자가 만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이날 웨비나에서 앞으로 컬리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3자물류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컬리는 컬리넥스트마일을 통해 샛별배송을 전국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며 “컬리가 풀콜드체인과 배송 네트워크, 서비스 역량, 데이터, IT시스템 등을 지니고 있는 만큼 토탈 라스트마일 솔루션을 구축해 배송 인프라를 사용하는 다른 사업자들에게 이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컬리가 신선식품 배송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던 기업인만큼 먼저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3자물류 수요를 끌어와 물류시장에서 입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실제로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아이템을 국내 이커머스업계 최초로 꺼내든 기업이다. 현재는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비즈니스가 업계 전반에 퍼져있지만 이 사업의 씨앗을 뿌린 곳이 바로 컬리다.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 이를 바탕으로 차츰 서비스 권역을 넓혀 수도권과 일부 지방까지 진출한 과정, 이와 함께 강화된 컬리만의 IT 역량 등은 컬리가 3자물류 시장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컬리의 물류사업을 전담하는 100%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이러한 노하우를 홈페이지에서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컬리가 경쟁사들과 비교해 물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은 앞으로 김 대표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컬리는 현재 서울과 경기 등에서 모두 4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경남 창원에도 중소형 물류센터를 짓고 있기도 하다.

전국에 130여 곳이 넘는 배송거점을 마련한 쿠팡, 100여 개 이마트 매장이라는 무기를 보유한 SSG닷컴 등과 비교해 컬리의 물류센터는 숫자 측면에서는 분명 열위에 있다.
컬리 3자물류 사업 확대 자신, 김슬아 마켓컬리 7년 노하우 총동원

▲ 송승환 컬리넥스트마일 대표이사(왼쪽)이 16일 온라인 회의 플랫폼 줌에서 열린 ‘2022 컬리 넥스트마일 웨비나’에 참가한 모습. <컬리>

김 대표가 컬리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물류센터 확충에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4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기업공개 추진의 배경을 놓고 “시장 확장이 숫자로 보였고 결정적으로 이 시장을 잡으려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기술과 데이터 플랫폼, 물류센터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금리 인상 등 여파로 기업공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컬리가 기대했던 만큼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컬리 넥스트마일 웨비나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웨비나 참석자는 "경쟁사도 3자물류 비즈니스를 도입할 예정이며 (컬리의) 공격적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넥스트마일만이 갖는 차별점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송승환 컬리넥스트마일 대표이사는 "컬리와 협업해 운송뿐 아니라 고객, 리테일과 비즈니스 전반에 인사이트를 가지고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들 수 있다"며 "더불어 수년 간의 운영을 통해 이미 확보된 라스트마일 운영 인프라, 컬리를 통한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리면서 과도한 출혈경쟁 없이도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보유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답변했다.

송 대표는 '컬리넥스트마일이 산업 내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고자 하는 영역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른 요소들도 다 중요하지만 '컬리다운 서비스 퀄리티와 사용자 경험'의 우위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술, 데이터 역량의 우위도 당연히 가져가야겠다"고 말했다.

컬리는 이미 물류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컬리넥트스마일은 4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40여 개인 3자배송 고객사 수를 올해 안에 3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며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품질이 높은 배송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컬리넥스트마일은 이베이코리아에서 물류 전문가로 인정받은 송승환 대표가 현재 이끌고 있다.

송 대표는 컬리에 합류하기 전에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에서 자체 전담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담당하는 스마일서비스실 실장을 맡았던 물류 전문가다.

그는 저온 유통체계 없이도 신선식품 취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도입하며 이베이코리아의 신선식품 배송 역량을 강화했다.

송 대표는 컬리넥스트마일 대표이사 취임 이후 컬리의 물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3자물류 관련 경력직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