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자기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원내에서 우호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까.

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이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류성걸 의원 등이 당내 '친윤석열계'와 싸우고 있는 이 대표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다고 본다.
 
'자기정치' 이준석, 국민의힘에서 '원내' 자기세력 만들 수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가 이날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경제위기 극복이 최대의 화두인 상황에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살피고 대응방안을 찾는 물가민생안정특위의 활동이 본격화 할수록 위원장인 류 의원에게 국민적 시선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의원의 입지가 커진다면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계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게는 '천군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민생을 살피기 위한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인 만큼 류 의원이 정치적 쟁점을 놓고 이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을 드러내놓고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유승민계의 대표적 인사인 류 의원의 체급이 커지는 것만으로도 이 대표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류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과 경북고등학교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은 2017년 탄핵사태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함께 창당했으며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의 아버지가 유 전 의원과 대구 경북고 동문이며 이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유학 시절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최근 유 전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며 정계 복귀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추후 유 전 의원이 비윤석열계의 구심점이 될 여지도 남아있다.

유 전 의원은 11일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출판 기념회 겸 북 콘서트에서 "제 안에 야수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생각해봐야겠지만 저에게 자꾸 새로운 길을 찾으라고 한다"며 "(혜택을)우리 사회·공동체에게 돌려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을 향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과 이 대표 사이 특별한 친소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가 최 의원을 혁신위 위원장에 임명하며 관계를 다져놓은 만큼 향후 최 의원이 이 대표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시선이 있다.

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지내고 지난해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공천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며 혁신위원회를 띄웠다.

이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 한번 해 보겠다"며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승리를 위해 공천을 시스템화하는 것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혁신위 출범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꾸리면서 정진석 의원을 필두로 친윤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혁신위원회에 포함된 최 의원과 천하람 위원을 이준석계로 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이 대표와 정 의원은 SNS에서 거친 언쟁을 벌이며 '개소리' '육모방망이' 등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후에야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했다. 

여기에 배현진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는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당내 곳곳에서 나오지만 친윤계가 당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당내 갈등 과정에서 이 대표를 옹호하는 편에 선 것은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 등 사실상 원외인사 뿐이었다. 원내에는 우군이 없는 셈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정 의원의 갈등 상황을 놓고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보통 정치권에서 생각이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너 몇살이야' '선배가 말하는데 배지 달고 와'라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 의원을 비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혁신이란 단어를 민주당한테 뺏기지 않은 것만 해도 잘했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다수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혁신하지 않고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준석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띄운 것이다"고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성접대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애초 2일 윤리위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최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