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막말과 투기, 편법증여 등 본인과 주변을 둘러싸고 쏟아진 각종 의혹과 논란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청문회 일정이 정해지기도 전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하반기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고 있어 ‘청문회 패싱’ 가능성도 떠올랐지만 전임자인 정호영 전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43일 만에 낙마한 탓에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자리 채운 김승희, 막말·투기·편법증여에 청문회 가시밭길

▲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5일 야당을 중심으로 김 후보자의 지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후보자의 딸은 물론 남동생도 아파트를 편법증여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정치권이 더욱 시끄러워졌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 김 후보자의 모친은 김 후보자의 남동생에게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한 아파트를 당시 실거래가보다 약 1억 원 저렴한 4억6천만 원에 넘겼다.

김 후보자의 모친은 후보자 딸에게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를 팔고 나서 두 달 후에 본인이 소유한 다른 아파트를 아들인 후보자의 남동생에게 시세보다 싸게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의 딸은 외할머니인 후보자의 모친으로부터 구입한 아파트를 다시 외할머니에게 3억6천만 원에 전세를 주고 있어 사실상 1억 원으로 아파트를 소유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 측은 “모친의 생활비 마련을 위함”이라고 해명하며 남동생의 아파트는 검증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관사 제태크’ 논란도 있다.

김 후보자가 지난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세종시의 한 아파트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았다. 문제는 당시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서 제공하는 차장 관사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가 실거주하던 관사와 분양받은 아파트는 84㎡로 같은 크기다. 2013년 퇴임했다가 2014년 처장으로 복귀한 뒤에도 그는 처장 관사에서 지냈으며 아파트 관리비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2017년 아파트를 처분하며 1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그는 세종시 아파트 외에도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 고양시 일산에 각각 한 채씩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29일 김 후보자가 경기도 남양주 일대의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 남양주 일대에 농지를 구입한 뒤 해당 농지가 공공주택 부지로 수용됐다”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하고 농지 구입 이후 직접 영농을 하지 않았다면 농지법 위반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 측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재산내역과 토지등기부등본을 종합한 결과 김 후보자는 1989년 9월 남동생 등과 경기 남양주 소재 농지 2816㎡(약 853평)를 공동매수해 각각 3분의1씩 지분을 나눴다. 당시는 김 후보자가 국립보건안전연구원 연구관으로 공직에 있을 때였다.

이 가운데 일부를 2010년 모친에게 증여했는데 당시 모친이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90세의 고령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영농 목적 증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과거 막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측은 그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놓고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비유한 것에 날을 세우며 ‘막말 정치인 출신 인사’라고 비판했다.

5월27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43일 만에 사퇴시킨 정호영 후보자를 대신할 인물이 손에 꼽히는 막말 정치인 출신이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한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홍서윤 민주당 청년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성별과 관계없이 실패한 인선이다”며 “인격 모독을 일삼는 사람에게 국민의 복지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 원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행 인사청문법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청문회 없이 대통령의 장관 임명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검증부실 논란이 뒤따라올 것이 뻔하다.

여야는 우선 상임위 구성 없이 청문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김 후보자 역시 언제가 될지 모를 인사청문회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1954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약사 출신 정치인이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약학 석사 학위를,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연구원으로 일하며 공직에 발을 들였다. 국립보건안전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등 의약품 관리부서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는 여성 처음으로 식약처 국장에 올랐으며 2009년에는 식약청 산하기관인 국립독성과학원의 첫 여성 원장으로 발탁된 바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식약처장에 올랐고 2016년에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를 거쳤으며 국회 윤리위원회와 코로나19 특별 대책위원회 간사를 맡은 경력도 있다. 5월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