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손쉽게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만 고민거리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으레 생기는 잡음이 당내 세력 다툼으로 번지기라도 하면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재보선 4곳 ‘따 놓은 당상’, 대선 앞 공천 집안싸움 날까 조심

▲ 권영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2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설 연휴 잠시 중단됐던 재보선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규칙 논의와 공천심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곳은 서울 서초갑과 종로, 경기 안성, 충북 청주상당, 대구 중남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 종로, 경기 안성, 충북 청주상당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귀책사유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곳들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든 무협입성할 공산이 크다.

서울 서초갑은 전통적으로 보수 표심이 두터워 국민의힘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나머지 1곳인 대구 중남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대장동 의혹'과 얽힌 뇌물수수 의혹으로 사퇴한 곳인 만큼 후보를 내지 않는 게 공당의 도리라는 취지에서다. 

서울 종로는 전략공천 0순위 지역으로 꼽힌다.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종로 국회의원후보로 윤석열 대통령선거 후보의 러닝메이트 위상을 지닌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적지 않다.

윤 후보와 대선 경선에서 겨뤘던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이 종로 국회의원 후보로 거명된다. 나경원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일각에서는 보다 참신한 정치권 외부 인물을 공천해 대선과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초갑에서는 공천을 바라는 여러 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까지 서초구청장을 지낸 조은희 전 구청장, 20대 국회까지 서초갑에서 내리 3선을 한 이혜훈 전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역주민에게 친숙하다는 강점을 지닌다.

타 지역 국회의원 경험을 지닌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 전희경 서초갑 당협위원장 등도 서초갑을 발판으로 원내 재진입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옥현 전 국정원1차장은 서초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승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지역구민에 보내는 문자를 통해 서초갑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안성에서는 김학용 전 의원과 이상민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이, 청주 상당에서는 정우택 전 의원,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손쉽게 4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꺼림칙한 게 많다.

전략공천 여부와 컷오프 심사 등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면서 집안싸움이 벌어질 여지가 적지 않은데 자칫 재보선에 얽힌 갈등의 여파가 대선에 미칠 수도 있다.

역대 선거들을 되돌아보면 공천 갈등이 빚어지지 않은 때가 거의 없을 정도로 공천은 민감한 문제다. 각 후보자들의 정치적 욕망, 자기 세력의 원내 의석수를 늘리려는 계파적 고려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이번에 재보선을 치르는 지역이 4곳이나 되는 데다 데다 국민의힘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나 진배없는 상황이 된 만큼 각 지역의 공천을 둘러싼 세력 사이 알력이 심해질 공산이 있다.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내 권력 쟁투를 암시하는 갈등 구도가 일부 표출된 적이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의 핵심 관계자)’이 김종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신경전을 벌였던 것은 당내 세력 암투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준표 의원이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의 전략공천을 제안하자 윤 후보 측이 홍 의원을 구태정치로 몰아세우는 등 공천을 둘러싼 마찰도 벌써 빚어졌다. 

비록 이런 갈등이 지금은 수면 아래에서 잠잠해 졌지만 재보선 공천을 기점으로 재점화한다면 대선에 미칠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자칫 당내 갈등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꺾였던 1월 초 상황이 반복된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서울 종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전략공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분란 요소가 적지 않아 보인다.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데다 자기 세력 사람을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이 자칫 계파 대결 양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재보선 무공천 방침으로 재보선 후보자들의 대선 러닝메이트 성격이 퇴색한 것도 큰 틀에서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과 재보선을 연결해 상승효과를 내고자 했던 전략에 맥이 빠진 격이 됐다.

재보선 지역 가운데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곳은 국민의힘 소속 인사의 귀책사유로 치러진다는 부담 요인도 있다. 대구 중남은 무공천으로 방침을 결정했지만 서초갑 공천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서초갑 지역구의 윤희숙 전 의원은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의원의 사퇴가 본인의 범죄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이유로 서초갑 공천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다른 정당에서는 여전히 이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1월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힘은 귀책사유의 사전적 뜻조차 모르는 것 같다"며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서초갑 공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중남에서도 여전히 뒷끝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쇄신의 의미는 퇴색되고 '꼼수' 의석 확보란 비난 여론이 커질 수도 있다.

당초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진훈 전 대구시 수성구청장 등 이미 10명이 대구 중남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다른 인물들까지 더하면 20명 안팎이 하마평에 오르던 상황이었다. 이들에게는 모처럼 원내 진입 기회가 한 순간 박탈된 것이나 다름없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대구 중남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결국 무소속 출마의 뜻을 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