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이름 레이저티닙)의 해외진출을 조만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렉라자는 앞서 국내에 출시된 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렉라자의 글로벌 흥행을 기반으로 유한양행을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안착하겠다는 목표에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신약 들고 해외로, 조욱제 ‘50대 제약사’ 향해

▲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25일 유한양행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 대표는 올해 안에 렉라자를 미국 등 해외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연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렉라자를 혁신신약 지정(BTD)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 임상결과를 발표한 뒤 2022년 중하순에 3차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혁신신약지정 제도는 새로 개발된 뛰어난 의약품을 대상으로 빠른 심사 등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새 의약품이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월등히 좋거나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때 혁신신약으로 지정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렉라자가 혁신신약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 나온다. 

렉라자가 주요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이름 오시머티닙)에 내성을 지니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효능을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뉜다. 폐암 환자의 85%는 비소세포 폐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그리소는 미국 머크의 키트루다(성분이름 펨브롤리주맙)와 함께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해마다 매출 3조 원가량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에서는 환자들이 타그리소로 치료받은 뒤 내성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치료법이 마땅찮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렉라자가 타그리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병원은 9월 유럽종양학회(ESMO)를 통해 타그리소 및 화학요법으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레반트(성분이름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임상1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은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객관적 반응률(ORR) 41%를 보였다. 특히 항암치료를 많이 받은 환자 47명를 대상으로 했을 때도 객관적 반응률 21%를 나타내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객관적 반응률은 일정 기간 종양이 미리 정해진 양 이상으로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다. 

유한양행의 파트너사인 얀센은 현재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의 글로벌 임상3상도 진행하고 있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렉라자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얀센이 앞으로 대부분의 비소세포 폐암 치료 및 병용요법에 렉라자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의 기술료수익도 매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렉라자 기술료는 755억 원에 이를 것이다”며 “2023년 1500억 원, 2024년 2천억 원 수준의 기술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욱제 대표는 유한양행이 직접 렉라자를 판매하는 국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는 7월 비소세포 폐암 2차 치료제로서 보험급여 대상품목으로 등재됐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처방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신약 들고 해외로, 조욱제 ‘50대 제약사’ 향해

▲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의료계에서는 렉라자의 효능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루 권장 복용량 기준으로 렉라자(80mg 3정) 가격은 20만6892원, 타그리소(80mg 1정) 가격은 21만7782원이다. 렉라자가 1만 원가량 더 저렴한 셈이다.

렉라자는 이처럼 국내에서 인기를 얻음에 따라 올해 하반기 매출 1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매출 1천억 원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한양행에서 단독으로 매출 1천억 원대를 내는 제품은 2020년 기준으로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뿐이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의약품인 타그리소가 작년에 매출 1천억 원 정도를 거뒀다”며 “렉라자는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조 대표는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에 속도를 붙여 유한양행을 세계 제약사 50위 안에 올려놓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 유한양행 대표로 선임됐다. 유한양행 영업부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6월 유한양행 창립 95주년 기념사에서 “유한 100년사 창조를 불과 5년 앞둔 지금 국내 1위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50대 제약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며 “렉라자를 국내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공시키고 글로벌 임상을 차질없이 진행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