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첫 날 여야 간사들이 자리 앞에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글귀를 내걸고 있다. <연합뉴스> |
“일반증인은 아무도 안 불러도 이재명 윤석열은 증인으로 채택하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정치공방의 너울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덮쳤다.
디지털플랫폼으로 금융산업의 틀이 바뀌는 변혁의 시기에 국회가 소비자 보호와 산업 발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소모적 정쟁에 빠져들고 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다 정회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원에서 발생한 수천억 원대 개발이익이 발생한 것을 놓고 시행사 성남의뜰과 자산관리사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 공방이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
금융산업 전반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도 예외는 아니다. 국정감사 첫날인 1일 파행에 이어 5일에도 공방을 벌이면서 대장동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국감이 6일, 금융감독원 국감이 7일 진행되지만 정무위원회는 기관증인 외에 일반증인과 참고인을 아직 단 한 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여야간 증인채택 공방이 치열해 21일 종합국감까지 증인채택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의원들의 전문성과 실용적이고 합리적 태도 등으로 다른 상임위원회보다 비교적 신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2020년 국정감사 때 역시 옵티머스 사모펀드 등 사안에서 여권 연루 의혹 등 정치공방이 없지는 않았으나 일정이 파행되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질의응답도 대체로 정쟁보다 정책에 집중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국정감사 시작부터 순탄치 못하다. 반 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국정감사조차 정쟁의 장으로 써먹겠다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하다. 이대로라면 금융권 국정감사는 내내 '기승전 대장동'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짙다.
대장동 개발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무리 갑론을박을 한들 실체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는 전혀 들지 않는다. 1년에 한 번 하는 귀중한 국정감사의 시간을 공허한 정치공방으로 낭비하다가 졸속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우려 뿐이다.
국정감사는 헌법과 국회법,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로 규정된 국회의 책무다. 입법부가 국정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입법활동과 예산심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행정부를 상대로 감시와 비판을 통해 견제기능을 수행하려는 뜻도 있다.
금융산업은 창상지변(滄桑之變, 뽕나무 밭이 푸른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해 들어 규제의 틀 자체가 바뀌거나 새로 확립된 것만 해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이용법(특금법),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법(자본시장법) 등 한둘이 아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디지털 전환 등 격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일반 국민의 피해를 막고 건전한 금융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에 시장에 잘 안착해 나가는지 입법기관으로서 국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2020년 국감을 달궜던 사모펀드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 투자자의 책임 공방이 여전한 만큼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했던 부분들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후속 점검도 필요하다.
금융권 노사정은 1일 한 자리에 모여 디지털 혁신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서비스 규율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면서 소비자보호도 함께 달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입법기관인 국회 역시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산업이 나아갈 길을 점검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감 시간을 일분일초라도 허비해서는 안 된다.
1년에 한 번 어렵게 피감기관과 외부 증인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국정감사가 아니더라도 여야가 정치공방을 진행할 기회와 채널은 많이 있다. 국민을 위한 국회라면 국정감사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