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리츠AMC(부동산투자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이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부동산과 증시가 호황인 시기인 만큼 신세계리츠를 통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면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부동산 활용도 더 높인다, 정용진 리츠 세워 자금확보 타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6일 신세계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자본을 출자해 리츠를 만들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리츠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방향성 등은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 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회사나 상품을 일컫는다.

일반투자자들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 주식을 매입해 배당금을 받음으로써 부동산에 직접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은 보유한 부동산을 유동화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자산을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신세계그룹 경쟁사인 롯데그룹은 2019년 롯데리츠를 상장했고 1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SK리츠는 역대 공모 리츠 가운데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마트가 보유한 유형자산 및 부동산 규모는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약 8조 원에 이른다.

이마트는 최근 2년 동안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뒤 재임차)’ 방식으로 14개 이마트 점포와 마곡 부지 등을 매각해 약 2조5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해왔다.

이처럼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재임차하는 방식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리츠를 설립하는 것과 비교해 단기간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보유한 부동산이 줄어듬으로써 보유세가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매각대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하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등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임차료 발생에 따른 비용이 부채가 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리츠는 임차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지분을 보유한 리츠에 자산을 매각한 뒤 재임대하면 개별기준으로는 부채가 발생하지만 연결기준으로는 모두 상쇄돼 부채가 사라진다.

또 2022년까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리츠에 현물 출자할 때 발생하는 법인세 납부를 미뤄주는 과세특례가 적용돼 세제 해택도 받을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이베이코리아를 3조4404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도 추가로 매수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과거 검토를 했지만 중단했던 리츠 설립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마트가 보유한 자산 대부분이 대형마트여서 리츠상품으로서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츠의 가치가 오르려면 자산가치나 임대수익이 올라야 하는데 대형마트는 그런 측면에서 백화점 등 다른 부동산에 비해 가치상승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2019년 롯데리츠를 상장하면서 대형마트 외에도 백화점, 아울렛 등 다양한 자산으로 리츠를 구성했다. 2019년 대형마트로만 구성한 리츠를 상장해 자금을 확보하려 했던 홈플러스는 결국 실패했고 일부 매장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부동산 운용 전문업체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을 잡음으로써 이마트에 부족한 리츠 자산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영하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물류센터 등도 신세계리츠에 담아 성장매력을 높이고 리츠를 운영하는 데 따른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부동산을 리츠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이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해 위기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며 “해마다 2조~3조 원의 신규상장과 시가총액의 10%에 해당하는 유상증자를 가정할 때 빠르면 2023년 유가증권시장 내 리츠 비중은 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