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대통령론’을 꺼내들었다.

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의 생존을 판가름할 호남 경선을 앞두고 호남에 전부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호남대통령론’ 꺼내다, 경선 기로에서 호남 승부에 다 걸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전 대표는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호남은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1%의 싸움인 만큼 무당층과 중도층으로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와 전남·전북이 전폭적 지지를 해준다면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큰 지지를 받아 오겠다”고 덧붙였다.

역대 대선에서 나왔던 ‘호남대통령 불가론’을 정면으로 뒤집어 호남대통령론을 끄집어낸 셈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호남대통령론은 다소 생소한 논리다.

역대 민주당 대선 경선을 보면 대선후보로 비호남 출신 뽑는 게 유리하다는 호남대통령 불가론이 더 설득력을 얻어 왔다. 호남은 민주당 지지의향이 분명한 콘크리트 지지기반인 만큼 호남 후보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비호남 후보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은 전략이란 인식이 많았다.

실제로 호남은 경선에서 지역정서보다 후보의 경쟁력을 따지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2002년 대선 경선에서는 부산 출신 노무현 후보를,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경남 출신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고 결국 두 명의 영남 출신 민주당 대통령이 탄생했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이 전 대표의 호남대통령론이 되레 확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악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전 대표가 호남대통령론을 꺼내 든 것은 그만큼 경선 판세가 절박하다고 할 수 있다.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세론이 좀처럼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고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호남 표심이 역대 경선에서 늘 그랬듯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전략적 선택을 할 공산이 크다.

사실 이 전 대표가 호남지역 경선에서 이 지사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경선은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호남에서 이 지사를 어느 정도 따라잡는다면 경선에서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결선을 치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다. 1대1로 치러지는 결선에서는 지금과 사뭇 다른 형태로 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다.

호남 승부가 생사의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정치적 도전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데 모든 것을 호남 경선에 걸고 있다. 실제 그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사퇴까지 감행했다.

이 전 대표는 8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진 빚을 갚겠다“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의 국회의원 사직안은 15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 전 대표는 호남 정서를 자극하면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층 흡수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의 경선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전북 출신으로 호남의 대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정 전 총리의 호남 지지층을 들고오는 일은 호남 경선을 앞둔 이 전 대표에게 매우 절실하다.

친문재인계이자 정 전 총리와 가깝다고 알려진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의원이 이 전 대표에게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세 사람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제 20대 대통령후보로 이낙연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흠 없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러 의혹에 둘러싸인 이재명 지사와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확장성을 내걸고 도덕성을 강조한다.

이 전 대표 본인은 이 지사를 향한 직접적 공격은 삼가고 있지만 캠프 인사들은 여전히 이 지사의 의혹에 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두고 “지금 들리는 부분은 상식과 동떨어진 상황”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100% 재수사하자고 얘기하는데 당연히 100%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일곱 사람이 수천억 원을 벌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몇 사람이 수천억 원을 버는 구조로 어떻게 공영개발이 되겠나”고 따졌다.

호남대통령론까지 꺼내며 호남 경선에 사활을 건 이 전 대표의 '다걸기'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아직 그가 펼친 배수진의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4곳의 9월 3주차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는 11%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주 조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이 지사는 3%포인트 오른 28%로 집계됐다.

진보진영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전 대표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올라 19% 응답을 받았다. 하지만 이 지사(34%) 역시 지난주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이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3~15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 1007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의사를 처음 밝힌 8일 이후에 치러진 조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