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투자은행업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이 다른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서 갑작스레 발을 뺀 게 아니냐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우 회장은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 등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당초 해운업 확대 의지가 강했던 만큼 HMM 인수를 살펴보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쌍용차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 회장은 2010년에도 쌍용차 인수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는 데다 이번에도 자금력을 앞세워 쌍용차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중간에 인수전을 포기한 것을 놓고 의외의 결정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우 회장은 15일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쌍용차 본입찰에 불참한 이유를 두고 “SM그룹이 너무 자동차사업 경험이 없고 3조~4조 원을 들이부어도 사업을 되살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지금까지처럼 시장에 나온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합병하며 SM그룹의 덩치를 키워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SM그룹이 지닌 자금력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는 SM그룹이 당장 인수합병에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을 약 1조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쌍용차만 해도 인수 및 운영에 대략 8천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HMM의 가격은 약 4조~5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당장 쌍용차와 HMM만 놓고 봐도 우 회장으로서는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HMM 몸집을 줄인 뒤 민간기업에 넘기겠다는 뜻을 내놓은 데 따라 SM그룹에게도 자금력의 한계를 극복할 길이 열리면서 우 회장의 마음은 HMM 쪽으로 기울었을 수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등 정부 정책과 시장을 고려해서 지분매각을 하겠다.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 보유 지분은 단계적으로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HMM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다.
우 회장은 해운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해운물류 종합운송선사로의 기틀을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국종진 전 대한해운 전무를 SM상선 전무로 다시 영입했는데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 전무는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SM상선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SM그룹 해운부문 계열사 3곳의 자문을 맡고 있다.
SM그룹이 진작부터 계열사 대한상선을 통해 HMM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점도 우 회장이 HMM 인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대한상선은 HMM 지분을 0.53%(215만5221주) 보유하고 있다. HMM은 이와 관련해 단순투자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단순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금이 1천억 원 이상인 법인의 지분을 0.5% 이상 보유하면 이사회에서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등 주주로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은 HMM을 인수하면 해운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M그룹은 대한해운, SM상선, 대한상선 등 해운사를 두고 있으며 특히 SM상선은 HMM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둘밖에 없는 장거리 컨테이너선사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