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Inc 대표이사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퀵커머스(즉시배송)’ 형태의 이커머스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경제 성장성이 높고 오토바이가 보편화된 이동수단인 만큼 국내와 달리 즉시배송서비스로 승부를 건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 동남아시아 공략 본격화, 김범석 즉시배송 성공방정식 만들기

김범석 쿠팡Inc 대표이사.


3일 쿠팡에 따르면 김범석 쿠팡Inc 대표는 올해 5월 한국 쿠팡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 머물며 글로벌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쿠팡은 6월과 7월 연이어 일본과 대만에서 즉시배송서비스를 론칭하며 해외진출의 시동을 걸었다.

일본에서는 현재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신선식품, 생필품 등을 배송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현재 타이베이 중산구에서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8월에는 대만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5개 물류창고를 추가해 서비스지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즉시배송서비스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최고운영책임자와 물류·리테일부문 대표 등을 모집하고 물류·마케팅·정보기술(IT)부문 실무자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동남아시아 이커머스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의 인구는 약 6억6730만 명으로 중남미지역보다 많으며 평균연령은 30세로 매우 젊은 지역이다. 인터넷쇼핑에 익숙한 동남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은 온라인 틱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품을 찾고 이를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 등을 통해 구매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쇼핑의 이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동남아시아 중산층의 구매능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송이 쇼피코리아 사업팀장은 “동남아시아의 소득 수준은 매년 6~8% 정도 증가하며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중상위 계층 가구 수가 2배가량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은 한국과 달리 즉시배송으로 동남아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

즉시배송은 도심 내 창고형 물류거점을 통해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서비스지역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쿠팡이 해외에서도 국내처럼 로켓배송(다음날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또 동남아시아는 오토바이가 보편화된 이동수단이어서 즉시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수월하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베트남 배달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오토바이를 보유한 라이더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이 크다.

열쇠는 쿠팡이 해외 즉시배송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얼마나 빨리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만에서는 우버이츠, 푸드판다 등이 이미 즉시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1위 플랫폼인 쇼피는 최근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주문 뒤 4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쇼피프레시’를 출시했다.

쇼피를 운영하는 SEA(씨그룹)은 싱가포르 기업으로 쿠팡처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는데 시가총액이 166조 원에 이른다. 쿠팡의 시가총액 7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쿠팡은 낮은 배송료, 최저 배송금액 미설정 등으로 기존 업체들과 비교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송료는 19TWD(약 780원)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쿠팡은 현재 대만에서 10분 안에 배달해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는 만큼 배송속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 등 콘텐츠 경쟁력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드라마, 예능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어 쿠팡플레이는 동남아시아 가입자를 끌어오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인기 많은 K-콘텐츠를 유통하며 자연스럽게 쿠팡으로 소비자 훅킹(빼내오기)을 시도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