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늘어나는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 수요에 대응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소형배터리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에 쓰이는 소형배터리공장을 증설하면 전기차배터리 투자에 쏟을 이익체력을 더욱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해외에 소형배터리 증설 검토, 전영현 이익체력 더 단단하게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26일 삼성SDI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전 사장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소형배터리공장을 확대하려는 것은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를 비롯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소형배터리 핵심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란 전기자전거, 전동휠, 전동스쿠터 등 1인용 이동수단을 말한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약 70~80km정도이고 한 번 완전 충전하는데 100원의 비용밖에 들지 않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E-모빌리티, 5세대 이동통신, 웨어러블 등 새로운 소형배터리시장 성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선보여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라 대중교통보다 개인용 이동수단을 향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마이크로 모빌리티시장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비대면서비스인 택배와 배달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이크로 모빌리티시장은 그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맥킨지는 2030년 글로벌 마이크로 모빌리티시장 규모를 5천억 달러(약 566조5천억 원)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가 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중국과 말레아시아는 세계 최대 오토바이 보유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시장과 가까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가 좋다.

삼성SDI는 2010년부터 마이크로 모빌리티용 배터리시장에 진입한 이후 긴 수명과 고용량의 소형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단순히 배터리가 장착된 기기를 구매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배터리를 대여하거나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 사장은 성장하고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시장 흐름에 올라타 이익체력을 높이기 위해 소형배터리사업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소형배터리사업에서 영업이익 3470억 원을 거둔데 반해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는 영업손실 1410억 원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배터리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를 늘리고 있는 탓에 아직까지 중대형배터리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

전기차배터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다른 배터리회사에서도 이런 흐름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SK이노베이션도 2020년 연결기준으로 배터리사업에서 영업손실 4255억 원을 봤고 LG에너지솔루션도 영업손실 1660억 원을 봤다. 

전 사장은 소형 배터리의 이익체력을 먼저 높여 사업의 중심추를 전기차배터리를 비롯한 중대형배터리로 안정적으로 옮겨 가려는 경영전략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SDI가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소형배터리사업에서 5220억 원을 거둘 것으로 바라봤다. 물론 내년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도 영업이익 106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지만 아직은 소형배터리사업의 단단한 이익체력이 전기차배터리 투자 확대에 좀 더 힘이 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소형배터리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10% 이상 성장했고 올해도 2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SDI는 소형배터리가 주로 쓰이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전동공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