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씨케이와 원익QnC가 정부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합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기회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정부가 기존 반도체 생산기지 근처에 주요 공정별 글로벌기업의 연구개발(R&D)·생산시설 유치를 추진함에 반도체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티씨케이 원익QnC,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합기지 구축에 기회 커져

▲ 티씨케이(왼쪽)와 원익QnC 로고.


정부가 5월13일 내놓은 ‘K-반도체벨트 전략’에 따라 단기 기술추격이 어려운 '극자외선(EUV) 노광'과 '첨단 식각 및 소재'부문에 있어 글로벌 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반도체 공급망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전략의 달성을 위해 경기도 화성에 ‘EUV캠퍼스’를, 경기도 용인·화성에 ‘에칭빌리지’를, 충청남도 천안에 ‘소재복합단지’를 건립한다.

EUV캠퍼스에는 노광장비 관련 트레이닝센터와 재제조(Re-manufacturing)센터가 들어선다. 네덜란드 반도체장비기업 ASML은 이곳에 2400억 원을 투자하고 3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노광공정은 빛을 사용하여 실리콘웨이퍼에 집적회로를 그리는 과정인데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13.5나노미터급 파장을 이용해 더 미세한 집적회로를 웨이퍼에 그릴 수 있다. 반도체는 회로가 가늘어질수록 전력 효율과 성능 등이 개선된다.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에는 극자외선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에칭빌리지에는 원자레벨 식각기술 연구개발(R&D)센터와 제조시설을 구축한다. 글로벌 반도체장비기업인 램리서치(Lam Research)는 2019년 11월 용인시와 ‘한국테크놀로지센터’(가칭)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한국 연구개발 거점법인인 ‘램리서치코리아테크놀로지’를 출범시켰다. 

이어 2020년 2월 용인에 입지를 확정했으며 올해 말까지 램리서치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배현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램리서치가 우리나라에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고 현지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는 경영방식을 펼치게 된다면 국내 부품사들과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램리서치는 식각·세정·증착·표면처리 등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공정을 아우르는 장비기업으로 특히 식각장비분야에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일본 TEL과 함께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소재복합단지에는 실리콘웨이퍼, 포토레지스트, 쿼츠, 특수가스 등 첨단 반도체소재 관련 기업을 유치한다. 정부는 집적도가 높은 클러스터는 ‘첨단투자지구’로 지정하고 용폐율·건폐율 등 규제를 완화하는 토지이용특례, 규제자유특구 연계 등의 지원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소재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티씨케이와 원익QnC가 사업기회를 더 잡을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TEL 등 세계적 반도체장비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티씨케이는 실리콘카바이드(SiC)링, 고순도 흑연부품 등 반도체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매출비중은 실리콘카바이드링 85%, 흑연부품 10%, 웨이퍼 서셉터 5% 등이다. 

주력제품인 실리콘카바이드링은 건식식각 공정에서 웨이퍼를 고정하고 보호한다. 웨이퍼에서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 과정에서 함께 깎여나가 빠르게 마모되기에 갈아줘야 한다.

실리콘카바이드링은 기존의 실리콘(Si)링보다 3배가량 비싸지만 내구성이 높아 기존 실리콘링을 대체하고 있다. 실제 실리콘카바이드링은 실리콘링보다 50% 이상 수명이 길다. 반도체기업은 소모품 교체비용을 고려할 때 실리콘카바이드링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최근 미세화한 공정이 반도체 생산에 적용되면서 식각공정 강도가 높아져 소모품 교체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투자가 늘거나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소모품 납품이 늘어난다”며 “삼성전자의 공격적 낸드 투자에 따라 티씨케이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원익QnC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쿼츠웨어(반도체용 석영유리)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부품으로 사용되는 세라믹웨어(세라믹제품)을 제조·공급하는 복합소재부품 전문기업이다. 

주요 제품인 쿼츠웨어는 가공이 용이하고 경제적이며 낮은 열팽창계수, 높은 자외선 투과율, 화학적 안정성 등 특성을 갖추고 있어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 소재로 쓰인다. 반도체 제조 과정의 거의 모든 공정에서 사용되며 웨이퍼를 충격 및 불순물으로부터 보호하는 용기 구실을 한다. 

2~3개월마다 교체주기를 갖는 소모성 부품으로 반도체공정이 미세화하고 가동률이 높을수록 교체주기는 더욱 빨라진다. 원익QnC는 독자적 기술력과 높은 생산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장비와 공정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들의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소모성 공정부품에 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원익QnC은 2022년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천억 원대를 거둘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